[이책엔♪이음악]⑭가을과 어울리는 문학과 음악
[이책엔♪이음악]⑭가을과 어울리는 문학과 음악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9.08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의 계절, 책 장 넘기며 듣는 쳇 베이커

[북데일리] 어제(7일)는 절기상 백로였습니다. 가을 곡식이 여물기 시작한다죠. 늦더위가 당분간 계속된다고 하지만 제법 가을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맑은 하늘,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그렇습니다.

가을하면 책이죠. 혹자는 독서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가을이 아니라 여름이나 겨울이라고 주장합니다. 과학적 근거를 들면서요. 그래도 사람들은 가을에는 책을 읽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 상투적이지만 9월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책이 좋을까요. 무슨 책이든 좋겠지만, 문학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을 탄다’라는 말도 있듯, 보통 가을에는 감수성이 예민해지기 때문입니다. 낙엽이 구르던 어느 날, 시나 소설을 읽다 울컥해 본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쉽게 알 겁니다.

때마침 서점에는 걸출한 문학 신간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우선 황석영 작가의 장편소설 <개밥바라기 별>(문학동네. 2008)이 있습니다. 한 대형 포털에 연재된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현재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우뚝 서 있습니다.

시 중에는 단연 시인 고은의 <허공>(창비. 2008)이 눈에 띕니다. 시인의 등단 50주년 기념 시집으로 문학평론가 백낙청은 “정말 경이로운 것은 50년이 지나고 신체 나이 75세가 넘도록 그의 시가 여전히 싱싱하고 힘차다는 사실”이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9월 한 달에는 이 두 작품만 곱씹어도 배부를 듯합니다. 여유가 되서 다른 문학 작품들을 찾아보면 더 풍요롭겠죠.

여기에 음악을 곁들이면 더 좋겠습니다. 충만해진 감수성을 문학의 언어가 건드리고, 음악의 선율이 흔들면 한층 황홀해진답니다. 그렇다고 아무 음악이나 들을 수는 없겠죠. 감성적인 음반 한 장을 소개합니다.

쳇 베이커(Chet Baker)의 Deep in a Dream. 그의 대표곡을 모은 음반입니다. 쳇 베이커는 1950년대 활발히 활동한 트럼펫 연주자입니다. 그는 가을과 닮은 남자였습니다. 우수 짙은 표정, 부드럽고 고즈넉한 연주가 그랬습니다.

삶은 비극에 가까웠습니다. 그는 젊었을 때 최고 스타였지만 말년은 비참했습니다. 한 번 빠진 마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서였죠. 우여곡절 끝에 복귀해 재기에 성공하는가 싶더니, 의문의 추락사로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약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합니다.

모든 수록곡이 그의 생애처럼 우울하지는 않습니다. 밝은 곡도 여럿 있습니다. 하지만 백미는 차분한 곡들이죠. 특히 연주곡 My Funny Valentine과 무반주로 노래하는 Blue Moon에는 절절한 고독이 묻어납니다. 가을을 쓸쓸함과 연관 짓는다면 제격인 곡들입니다.

지난여름 출판계는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습니다. 촛불이나 올림픽처럼 책 말고도 관심 쏟을 게 많아서였습니다. 찬바람이 부는 날씨가 가을이라지만, 서점이나 출판사에는 찬바람이 안 불기를 바랍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니까요.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