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 뉴스] 늙은 소를 왜 샀냐고?
[화이팅 뉴스] 늙은 소를 왜 샀냐고?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9.30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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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갖은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시골 마을에서 노인과 늙은 소가 밭을 갈고 있었다. 노인 이름은 푸구이다. 쟁기질을 하던 소가 피곤해 쉬려했다. 이때 푸구이가 큰소리로 외쳤다.

"얼시! 유칭! 게으름 피워선 안 돼. 자전! 펑샤! 잘하는구나. 쿠건! 너도 잘한다."

지나가던 행인이 물었다. 

"저 소는 이름이 몇 개인가요?"

그러자 푸구이가 말했다.

"이 소의 이름은 푸구이야. 왜 여러개의 이름을 불렀느냐 하면 소가 자기만 밭을 가는 줄 알까 봐 이름을 여러 개 불러서 속이는 거지. 다른 소도 밭을 갈고 있는 줄 알면 기분이 좋을 테니 밭도 신나게 갈지 않겠소?"

소의 이름도 '푸구이'라니 재미있다. 두 푸구이의 사연은 이렇다.

푸구이는 부잣집 아들이었다. 젊은 시절 도박으로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날렸다. 성 안에서 쫓겨나 성 밖에서 입에 겨우 풀칠만 하면서 살았다. 굶는 날도 많았다.

이후 마음의 병을 얻은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금쪽 같은 아들 유칭은 피를 팔다가 의사의 실수로 죽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펑샤는 열병을 앓다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했다. 늦은 나이에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다 죽었다. 고생으로 병을 앓던 사랑하는 아내 자전이 죽었다. 사위 얼시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죽었다.

푸구이는 하나 남은 가족인 외손자 쿠건과 의지하며 살았다. 외손자에게 소를 사주고 싶어 열심히 돈을 모았다. 하지만 행복은 짧았다. 외손자마저 자신의 실수로 죽었다. 푸구이는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묻어주는 아픔을 겪었다.

푸구이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소를 사고 싶었다. 소시장에 가는 길이었다. 한 마을에서 사람들이 모여 늙은 소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늙은 소는 죽음을 앞두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푸구이는 죽도록 일만 하고 마지막에는 잡아 먹히는 소가 안쓰러웠다. 어린 소를 사는 대신 늙은 소를 샀다. 남들은 길어야 2~3년 밖에 살지 못할 소를 산 푸구이를 비웃었다.

푸구이는 남들이 뭐라하던 늙은 소를 가족처럼 여겼다.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자신을 쏙 빼닮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름을 '푸구이'라고 지었다. 남들도 둘을 꼭 빼닮았다며 놀라워했다. 노인과 소는 예상보다 오래 살고 있었다.

소와 노인의 인생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주어진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살아간다는 것은 아프고 거친 운명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아가는 것 아닐까.

이 내용은 위화의 장편소설 <인생>(위화 지음.푸른숲.2008)의 내용을 편집 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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