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서울 궁궐 답사를 위한 친절 가이드
여름방학, 서울 궁궐 답사를 위한 친절 가이드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7.11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저학년 학생들에게 7, 8월은 신나는 달이다. 여름 방학 때문이다. 매일 오가던 학교를 1달 넘게 안가도 된다는 사실에 아이들의 마음은 7월 초입부터 설렌다.

반면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걱정부터 든다. 아이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도록 지도해야 할지 몰라서다. 학원에 종일 가둘 수도, 그렇다고 마냥 놀게만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부모들의 시름은 깊다. 방학을 맞은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재정적 여유가 있다면 평소 못했던 온갖 문화 체험 시켜주면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들에겐 꿈같은 일. 비용을 적게 들여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쪽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중 하나로 궁궐 답사는 어떨까. 대충 둘러보고 기념사진만 찍어오는 얼치기 견학이 아닌, 제대로 살펴보고 뭔가 얻어오는 ‘진짜’ 답사 말이다.

현재 서울에 자리한 궁궐은 총 5개다. 4대문 안에 창덕궁, 창경궁, 경복궁, 경희궁, 경운궁 등이 모여 있다. 모두 조선시대 왕실의 모습과 왕조 500년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보물 같은 곳이다. 꼼꼼히 살피려면 하루 가지고는 모자랄 정도로 크고 넓다. 게다가 입장료는 다른 어떤 곳보다 저렴하다. 제법 솔깃한 소리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싸고 볼거리가 많다고 무턱대고 나서선 곤란하다. 아무 사전 지식 없이 갔다간 그저 똑같아 보이는 나무와 돌무더기에 질릴 뿐이다. 뭘 좀 알고 발을 떼야 한다.

이쯤 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사람도 있을 듯싶다. 미리 공부까지 하고 가야 하다니. 하지만 걱정 할 필요 없다. 쉽고 편하게 궁궐에 관한 상식을 배울 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 기행>(두리미디어. 2005)이다.

책은 2005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 뽑힌 바 있다. 그만큼 읽기 쉽다. 용어 하나하나를 풀어서 설명해 줘 누구든 술술 읽을 수 있다. 누구나 다 안다고 생각하는 ‘궁궐’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 단어인지부터 알려준다.

“임금님과 그 가족들이 사는 집을 궁 또는 궁전이라 하는데, 이런 집들을 보호하는 담을 궐이라고 했습니다. 즉 궁궐은 건물인 궁과 이를 둘라 싼 담인 궐을 합친 말입니다.”

가장 큰 매력은 봤던 궁궐도 다시 보게 만드는 풍부한 정보다. 저자 송용진은 관광객들이 무심코 스쳐지나가는 궁궐의 다양한 요소를 어느 하나 빠짐없이 챙긴다. 이를 테면 궁궐 지붕 위 조각상을 보자. 평소 눈에 잘 띄지도, 혹은 알아차리더라도 무심히 여기는 게 지붕 위 조각상이다. 이것들의 이름은 바로 잡상. 알고 보면 의미가 큰 조형물이다.

“잡상은 생긴 것이 짐승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도깨비 같기도 하지요. 보통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이 대표적인 잡상입니다. 이들은 장식적 효과뿐만 아니라 잡귀 등이 접근 못 하도록, 그러니까 건물을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했던 것이지요.”

책은 이런 정보로 빼곡하다. 한번이라도 궁궐에 기본 사람이라면 보는 내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을 듯싶다. 관심 없이 지나친 것들에 얼마나 많은 예술적, 역사적, 과학적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페이지 곳곳에 박힌 수많은 사진은 방대한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책은 어느 하나를 설명할 때 마다 꼭 사진을 곁들인다. 흔히 볼 수 없는 궁궐의 옛 사진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런 다량의 사진은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보는 즐거움도 준다.

이렇게 알찬 책이다. 답사 전에 한 번 보고, 현장에서 다시 한 번 뒤적이며 돌아다닌다면 그 어떤 비싼 문화체험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선택은 학부모들의 몫. 만약 궁궐 답사를 계획했다면 주저 말고 이 책을 들춰보자. 조금은 귀찮겠지만 수고를 들인 만큼 효과는 분명 있다. 평소 책하고는 담을 쌓은 사람이라도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 의지만 있으면 된다. 책을 펴는 순간 ‘쏭내관’의 구수한 입담이 자연스럽게 궁궐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