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이책] 우리들의 영원한 벗 "창근이 형"
[오늘은이책] 우리들의 영원한 벗 "창근이 형"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7.10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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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자체가 품고 있는 생명력으로 독자와 관객 만나고 싶어요"

[북데일리]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최창근. 그는 젊은 문인들 사이에서 ‘창근이 형’으로 통한다. 단순히 연배가 높아서 부르는 호칭이 아니다. 정과 신뢰가 듬뿍 담긴 애칭이다.

사실 그는 문단 내 주류는 아니다. 첫 희곡 ‘봄날은 간다’로 2001년 데뷔. 이를 가지고 2002년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지만, 이후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진 않았다. 책도 얼마 전에야 한 권 냈다. 그것도 희곡집이 아닌 음악 에세이 <인생이여, 고마워요>(삶이보이는창. 2008)다. 그런데 어떻게 작가들은 그를 알고, 따르는 걸까.

답을 찾기 위해 2004년 봄으로 돌아가자. 당시 그는 ‘라디오21‘에서 약 1년간 ’최창근의 세계음악여행‘의 진행자겸 피디로 일했다. 그때 그는 문화예술인들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 시작된 문인들과의 교류는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기획한 문학라디오 프로듀서를 맡으며 계속됐다. 이후 2006년과 2007년의 문학나눔 콘서트 연출로 인연은 깊어졌다. 말 그대로 문단에서 발이 넓어진 것이다.

하지만 많이 안다고 해서 인기까지 좋다고 할 수는 없는 법. 비결은 바로 속 깊은 만남이다. 그는 나이나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가슴을 터놓고 대하려 한다. 어떤 작가건 고충을 털어놓으면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따지고 재는 법을 그는 모른다. 그래서 작가들, 특히 그를 아는 젊은 작가들은 늘 스스럼없이 ‘창근이 형’을 찾는다.

이런 자신의 버릇을 아는 걸까. 그는 “문인들이 나를 좋아하는 게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단 후, “이심전심이라는 말처럼 같은 작가 입장에서 이해하려 했기 때문에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마음씀씀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바로 대학로 이음책방에서 열리는 ‘젊은낭독회’다. 여기서 그는 2006년부터 젊은 작가들을 초빙해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출, 사회가 모두 그의 몫. 게다가 무보수다.

이는 그의 경력을 봤을 땐 파격적인 일이다. 그는 굵직굵직한 문학행사를 연출한 바 있는 프로 연출가다. 제1회 비로자나 페스티벌, 황석영 <바리데기> 출간기념 선상낭독회, 베르나르 베르베르 내한 기념 콘서트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었다. 이런 그가 왜 돈 한 푼 받지 않고 땀을 흘리는 걸까.

“외국에서는 신간이 발표될 때마다 작은 카페나 책방에서 소박한 출간 기념 낭독회가 열립니다. 책 읽는 문화가 일상화, 생활화 된 거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지금 하는 낭독회가 책 읽는 문화를 만드는 디딤돌이 됐으면 싶어요.”

이런 생각과 그의 평소 인품이 더해진 덕에 젊은낭독회 출연진과 스탭 모두 무보수로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젊은낭독회는 큰 홍보 없이도 연일 성황이다.

이런 그가 권하는 책은 김선우의 산문집 <물밑에 달이 열릴 때>(창작과비평사. 2002)다. 그는 “김선우는 시인 중에서도 좋은 산문을 잘 쓰기로 널리 알려진 문인”이라며 “고종석, 김훈, 이문재의 글처럼 격과 맛, 멋을 우려낼 줄 아는 문장가”라고 극찬했다.

현재 그는 좋은 희곡 작품을 쓰기 위해 마음을 닦는 중이다. “좀 더 나은 작품을 쓰기 위해 침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그런 시간을 가져야 한다”게 그의 생각이다.

다음은 인터뷰 말미에 그가 던진 말이다. 마지막까지 지키기 싶다는 작가로서의 신념이다.

“연출가나 비평가의 권력에 기대 작품을 평가받거나, 처세를 잘 해서 후대에 남는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글 자체가 품고 있는 생명력으로 독자와 관객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싶어요. 그것이 이 부박한 시대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작가적 양심이자 당당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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