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뉴스] 썰매 만들 아버지 없어 서럽던 소년에게 매형 생기던 날 "처남, 철사 사와"
[화이팅뉴스] 썰매 만들 아버지 없어 서럽던 소년에게 매형 생기던 날 "처남, 철사 사와"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9.23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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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는 날이 있다. 그 한 마디는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된다. 우리가 들었던 잊지 못할 따뜻했던 말은 무엇이 있을까.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소년이 있었다. 

"너는 아빠가 없지?"

동네 아이들이 소년을 놀리곤 했다. 그때마다 소년은 기가 죽기는 커녕 당당하게 물었다.

"아빠 없는 게 내 잘못이가?"

친구들은 꼬리를 내며 말했다.

"그건 니 잘못이 아니지."

소년은 씩씩하게 자랐다. 소년이 아버지가 없는 것보다 속상했던 건 한 겨울에 타는 썰매 때문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아버지나 형이 만들어 준 튼튼한 썰매를 타고 놀았다. 하지만 소년은 엄마와 누나들만 있었기에 썰매를 만들어 줄 사람이 없었다. 엄마와 누나들은 소년의 썰매에 신경을 못 썼을 것이다.

썰매를 타고 싶었던 9살 소년은 낑낑 대며 나무를 자르고 망치로 못질을 하며 철사를 끼워 썰매를 만들었다. 고사리 손으로 만들어 부실했다. 친구들 앞에서 기죽기 싫었던 소년은 썰매 타는 걸 포기했다. 동네 친구들에게는 썰매 타는 걸 싫어한다고 핑계 대고 강에 나가지 않았다. 혼자서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놀았다.

그러던 소년에게 썰매를 만들어 준 사람이 나타났다. 큰누나가 결혼할 매형이랑 집에 인사를 온 것이었다. 과묵한 전라도 매형은 소년이 만들다 처박아 둔 어설픈 썰매를 보더니 한 마디 했다.

"처남, 철사 사와"

소년에게 감동적인 말이었다. '내가 튼튼한 썰매 만들어 줄께.' 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았던 재동은 우샤인 볼트보다 더 빨리 뛰어가 철물점에서 철사를 사왔다.

매형은 솥뚜껑 같은 손으로 썰매 두 대를 뚝딱 만들었다. 한 대는 양반다리를 하고 탈 수 있는 썰매로 자동차로 말하면 세단이요, 한 대는 쪼그리고 앉아서 탈 수 있는 썰매로 자동차로 말하면 스포츠카였다. 친구들 앞에서 자랑스러웠다. 쌩쌩 신나게 썰매를 타며 놀았다. 소년은 썰매를 만들어준 매형이 아버지처럼 든든했다.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했다.

그런 매형과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매형은 거제도에 있는 한 조선소에서 배를 만드는 노동자였다. 36미터 높이에서 배 만드는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안타깝게 하늘나라로 떠났다. 11살 때의 일이었다. 그런 매형이 떠났을 때의 소년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으리라.

소년은 이제 마흔이 넘었다. 튼튼한 썰매를 만들어 주던 매형이 그리울 때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말은 곧 그 사람이다. 따뜻했던 말이 떠오르면 그 사람과 따뜻했던 추억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그 사람을 볼 수 없다면 더욱 그리움이 사무치리라.

이 내용은 지난 8. 17일 김재동의 대우조선소 강연에서 한 내용을 편집.재구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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