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죽은 아들이 로봇을 보냈다...구병모 신작 ‘한 스푼의 시간’
[신간] 죽은 아들이 로봇을 보냈다...구병모 신작 ‘한 스푼의 시간’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9.23 0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아내와 아들을 잃은 한 남자 앞으로 해외에서 거대 택배가 배달된다. 보낸 이는 몇 달 전 비행기 사고로 죽은 아들이다. 혹시나 살아있는 걸까. 택배에는 대체 뭐가 들었을까. 택배 안에는 다름 아닌 로봇이 있었다.

구병모 작가의 신작 <한 스푼의 시간>(예담.2016)의 도입부다. 문득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청소년 소설 <깡통 소년>이 떠오른다. 깡통 소년도 한 여자에게 로봇 소년이 잘못 배달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두 이야기는 닮은 듯 다르다. 두 작품 모두 로봇과 가족처럼 살아간다는 설정과 깊이 있게는 인간의 존재와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나 구 작가의 이번 신작은 분명 무게감이 남다르다. 로봇의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색다른 설정으로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극찬을 받았던 대표작 <위저드 베이커리>와는 사뭇 다른 휴머노이드 이야기다.

한 남자에게 배달된 로봇은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사람처럼 말하고 연산 작용을 통해 학습한 내용을 저장해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응한다. 남자로부터 은결이란 이름을 얻고 인간의 삶을 하나씩 배워나간다는 내용이다.

담담한 서술과 구병모 다운 묘사력은 특이한 사건 없는 소설에 색다른 맛을 입힌다. 무엇보다 로봇과 남자 외 주변부 인물의 삶을 내밀히 그려내면서 로봇 은결이 점차 인간의 감정을 읽어내고 이해하는 과정은 세밀하고 정교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