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이책]고정희 "자연과 공존하는 정원 만들고 파"
[오늘은이책]고정희 "자연과 공존하는 정원 만들고 파"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06.26 0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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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내내 자신만의 정원을 마음속에...

[북데일리] 고정희 씨는 평생 조경 연구에 몸 바쳤다. 이유는 단 하나. 정원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름다운 정원에서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는 그녀는 자라는 내내 자신만의 정원을 마음속에 그렸다.

그러다 우연히 한 책자에서 정원설계도를 봤다. 크게 마음이 흔들린 그녀는 주저 없이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1981년의 일이다. 그 후 베를린 공과대학 조경학과에서 Water-City개념으로 석사를, 20세기 유럽 조경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부를 마친 그녀는 베를린 자유도시개발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10년간 도시설계 및 조경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그러다 독립해 녹색 엔지니어링 사무소를 열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건 2004년이다. 유명 테마파크에서 약 2년간 일했던 그녀는 현재 ‘고정희 정원설계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수십 년간 정원과 함께 한 그녀. 이제 자신만의 정원을 가지게 됐을까.

“아직 내 정원이 없어요. 그리움의 대상이 실체화하는 게 두려운가 봐요.”

아직 고 씨는 정원을 갖지 못했다. 대신 다른 사람을 위해 정원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행복감을 누린다. 그래서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조경을 만드는 것”을 모토로 연구소 식구들과 부지런히 움직인다.

하지만 힘든 점은 늘 있다. 항상 새롭고 실험적인 실계를 하려다보니 이해관계자와 종종 갈등이 일어나곤 한다. 정원을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지 않는 국내 분위기 또한 그렇다. 이 점 때문에 그녀는 바쁜 시간을 쪼개 글을 쓰고 책을 낸다. 최근 펴낸 <고정희의 바로크 정원 이야기>(나무도시. 2008) 역시 “독자들이 정원의 진수를 이해하고 음미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책이다.

이런 그녀가 본업 다음으로 신명나게 하는 일은 바로 독서다. “재미있는 책은 일단 손에 들면 끝까지 읽어야 해서 자주 잠을 설친다”는 고 씨. 최근 그녀의 단잠을 방해한 책은 황석영의 <바리데기>(창비. 2007)다. 고 씨는 “민족중심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와 역사를 하나의 맥락으로 꿰뚫고 있는 걸작”이라며 치켜세웠다.

“좋은 도시 정원 많이 만들고, 책도 많이 쓸 생각이에요.”

그녀가 밝힌 미래 계획은 소박하다. 지금 하는 일에 충실히 한걸음씩 나아가겠다는 것. 고 씨는 “정원 문화를 우리나라에 인식시키는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아름다운 정원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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