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책읽기] 소설가와 시인 '퇴근'시간 다른 이유
[30초 책읽기] 소설가와 시인 '퇴근'시간 다른 이유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9.08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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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은유 지음 | 유유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글쓰기의 부담을 소설가와 시인의 술자리에 빗댄 웃픈 이야기가 있다. <쓰기의 말들>(유유.2016)의 저자는 마치 우스갯소리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통해 좀 더 깊이 있는 통찰로 나아간다. 바로 ‘글쟁이에게 숙련성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난제다.

‘소설가랑 시인이 술을 마시면 소설가는 자정쯤 귀가하고 시인들은 동틀 때까지 있다고 한다. 소설가랑 시인이 작업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설가는 ‘직장인’처럼 규칙적으로 매일 일정 분량 글을 쓰니까 일종의 ‘출근 부담’ 때문에 늦은 술자리가 부담스러운 반면 시인은 그보다 자유롭다. 작업 시간이 따로 있다기보다 순간마다 사물의 움직임에 촉을 세우고 관찰하고 메모한다. 어쩌면 시인은 퇴근이 없는 종일 근무인 셈이다.’ (본문 중에서)

글 쓰는 사람 처지에서 보자면 처연한 이야기다. 글쟁이들의 고단함은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더 생활밀착형에 가깝다. 게다가 저자에 따르면 이들이 떠안고 있는 고민은 또 있다. 바로 롤랑 바르트가 말했던 “숙련성이란 관리된 빈곤화”라는 대목을 글쓰기에 적용하면 고민스럽다.

늘 글과 사투하면서 기계적인 글쓰기를 하는 글쟁이들에게 숙련성이 과연 독인지 약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저자도 같은 일을 반복하면 뇌의 구조가 그에 맞춰 바뀌기 때문에 계속 연습할수록 더 잘하게 된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까지만 말이다. 어쨌든 소설가도 시인도 ‘시간에 쫓기는 노동자’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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