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책읽기] 추억의 냄새는 생생한데, 지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30초 책읽기] 추억의 냄새는 생생한데, 지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8.26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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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모든 하루> 김창완 지음 | 박하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불현듯 추억을 부르는 냄새가 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엄마의 손맛을 떠올리는 것처럼 코끝이 아릿한 그리움을 부르는 그런 곰삭은 냄새들이다.

할머니 치마폭에서 느꼈던 들큼한 냄새와 푸근함, 일터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엄마 옷에 남은 체취의 안도감, 할아버지 입에서 나던 싸알한 은단냄새 등 붙잡을 수 없는 청춘의 시간을 회고하면 한자리 한자리 그리운 추억의 향들이 있다. 추억의 냄새를 마주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깊은 울림이 있을 이야기. 그 한자락을 소개한다.

'집마다 냄새로 기억합니다. 작은 집에선 호마이카장롱 냄새가 났고 외할아버지 댁에선 석유곤로 냄새가 났어요. 큰아버지 댁은 닭똥 냄새와 처마가 그슬려 탄 냄새가 뒤섞여 있었어요. 그 어떤 냄새든 모두 그 시절의 고향 냄새로, 이제 이 세상 어디에서도 맡을 수가 없지요. 땅이 꺼진 것도 아니고 그저 한낱 꿈도 아닌 것인데, 대체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사람도 그런 냄새로 기억하곤 하지요. 어머니는 김치 버무리던 냄새, 아버지는 담배 냄새, 약국 아저씨 약 냄새, 생선가게 아줌마 비린내, 어머니가 아껴 쓰시던 분 냄새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그 시절 이끼 낀 우물가 냄새, 분합문의 니스 냄새까지.' <안녕, 나의 모든 하루>(박하.2016) 중에서 (일부 수정)

※ 분합문(分閤門): 한옥 마루나 방 앞에 설치하여 접어 열 수 있게 만든 큰 문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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