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근교에는 어떤 생명들이 있을까?
도시 근교에는 어떤 생명들이 있을까?
  • 북데일리
  • 승인 2008.06.10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길을 걷다 풀이나 나무를 보면 궁금한 생각이 든다. 무슨 나무인가? 저 ‘풀’의 이름이 뭐지? 저 ‘벌레’는 또 무슨 곤충이지? 벌이나 나비, 파리, 모기는 알 수 있는데 저건 나방인가? 저 꽃은 참 아름다운데 이름이 뭐지? 참새나 까치, 비둘기 말고 알아볼 수 있는 다른 새가 있던가?

이렇게 우리는 주변의 동식물에 너무 무지하다. 우리 주변에는 과연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미국의 환경전문 작가인 하나 홈스는 어느 날 우연히 한 잡지에서 다음과 같은 퀴즈를 봤다.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의 텃새 다섯 종류와 철새 다섯 종류의 이름을 써보시오.” 홈스는 과학과 환경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편집자이자 작가임에도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과연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에 자극받은 홈스는 이후 자신의 집 주위를 일 년간 관찰하고 이 책 <풀 위의 생명들>(지호. 2008)을 쓰게 되었다. 자신이 주변의 생물들에 무지하다는 자각, 주변의 생물을 모르고서는 그들을 지킬 방법도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홈스는 집 주위의 자연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빌딩의 숲으로 둘러싸인 삭막한 도시’에 관찰할 만한 자연이 존재할까? 흔히 사람들은 도시의 자연은 빈약하고 볼품없다고 생각하지만, 홈스는 관찰을 시작하면서 자신도 예상치 못한 풍요로운 자연 현상을 발견한다.

많은 수의 동물과 수십 종의 곤충, 이름도 모를 잡초에 이르는 수많은 식물들까지 홈스의 잔디밭 주변에 있는 생명의 규모는 놀랄 정도였다. 자연은 이렇게 도시의 법칙에 구애받지 않으며 생명은 살아갈 수 있는 모든 곳에서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사람이 사는 마을에 너구리나 고라니, 심지어 멧돼지들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때로는 제비가 아파트나 빌딩 옥상에 집을 짓기도 한다. 게다가 서울은 곳곳에 야산이 많고, 최근에는 월드컵 공원이나 양재천 등을 생태적으로 복원하면서 야생동물이 살 수 있는 여건이 좋아졌다.

도시에는 인간이 버리고 제공하는 음식이 풍부하고, 덩치 큰 포식동물도 없고 사람들도 굳이 동물들을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바야흐로 도시에서 인간과 자연의 동거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긍정적이지는 않는다. 최근 도시 생태계에서 야생동물이 번성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직 도시의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것들만이 번성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도시에서 번성하는 생물들은 대체로 외래 침입 종들이 많다. 이 책에서 홈스는 주위에 있는 자연에 북아메리카 토종 생물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홈스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많이 있는 생물들은 유럽 종(집 참새, 찌르레기)이나 아시아 종(노박 덩굴, 대나무)이다. 이 생물들은 광범위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재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저자의 입장에서는 아시아에서 온 생물들이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침입 종이듯, 한편으로는 우리 역시 북아메리카에서 온 침입 종 때문에 골머리를 않고 있다. 미국 자리공이나 서양민들레, 황소개구리나 베스, 붉은 귀 거북 같은 종들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생물들이며 토종 생태계의 파괴자로 악명이 높다. 침입 종들은 희귀동물들에게는 서식지 파괴 다음가는 위기이며, 도시생태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이다.

홈스는 또한 도시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환경을 얼마나 파괴하는지를 계산해 본다. 결과는 놀랄만한 일이다. 생태주의자인 홈스가 일 년 동안 배출한 오염물질의 양은 다음과 같다.

탄산가스 4,656Kg, 산화질소 47Kg, 이산화황18Kg, 메탄가스 88Kg, 휘발성 유기화합물 3Kg, 또 가스를 1,850m³를 태우고, 전력 3,420Kw를 썼다. 그리고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탄산가스 2,300Kg, 산화질소 9Kg, 휘발성 산화물 5Kg을 배출했다. 이것도 상품과 서비스 소비에서 배출하는 양은 제외한 것이다.

홈스가 기르는 나무들이 탄산가스를 흡수하기는 하지만 젊고 건강한 나무한 그루가 일 년 간 흡수하는 양은 이산화탄소 11Kg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한 사람이 배출하는 탄산가스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수천 그루의 나무가 필요하다. 도시인들의 자원 소모는 아찔한 수준이고, 지구를 더럽히는 정도도 무시무시하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게 모르게 생태계의 파괴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왜 우리는 자연이 파괴되고 생물들이 멸종하는 일에 가슴 아파할까? 생물의 다양성이 생태계를 안정시키며, 우리가 다양한 생물로부터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인간과 생물들이 지구라는 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족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홈스도 일 년 동안 주위의 생물들을 알게 되면서 그 생물들을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고 이 ‘가족’들을 더 보호하려고 노력했다.

오늘날,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생물들이 도시로 찾아오고 사람들은 이 생물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이들과 정든 이웃이나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도로 쫓아내게 될까? 인간과 자연이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는 길은 이들을 살펴보고 알아가는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물이 사는 곳에서만 사람이 살 수 있으니 우리가 이 들을 보호하면서 함께 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김용수 시민기자 holysea@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