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책] ‘전쟁’ 영웅이 아닌 아름다운 ‘영웅’
[책vs책] ‘전쟁’ 영웅이 아닌 아름다운 ‘영웅’
  • 북데일리
  • 승인 2008.06.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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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인도주의적 전쟁 영웅’이란 말이 성립할 수 있을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은 3개국에서 최고무공훈장을 받은 전쟁 영웅 김영옥 소령, 다른 한 사람은 ‘사막의 여우’라 불리는 독일의 롬멜 장군이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접해 본다.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나무와숲. 2008)은 한국 프랑스 이탈리아 3개국에서 최고무공훈장을 받은 전설적 인물. 이 책은 평생을 여성 아동 빈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바쳤던 인도주의자 김영옥의 삶을 조명한다.

김영옥은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전쟁 영웅으로, 미국 내 소수계나 사회적 약자들 사이에선 그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지도자로 존경받았다.

또한, 2차 대전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대낮에 적진에 잠입해 로마를 해방시키는 주역이 되었고, 프랑스 브뤼에르에서는 산 아래로 탱크를 내리는 과감한 전략으로 독일군 탱크부대를 전멸시키는 등 작전장교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2차 대전 후 일반인으로 살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에 자원했다. 이후 패전만 거듭하던 1대대 대대장이 되어 승리를 안겼고, 남으로 내려앉은 중부전선을 북상시켜 휴전선을 60km나 끌어올리는 주역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빛나게 한 것은 ‘희생봉사’ 정신이다. 김영옥은 수백 명의 전쟁고아들을 돌봤을 뿐만 아니라 전후에는 미국 정재계의 유혹을 뿌리치고 평생을 사회봉사활동 하는 데 바쳤다.

이탈리아 몬테 카시노 전투에서 수많은 전우들이 산화했을 때 ‘만일 내가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면 내가 속한 사회를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바칠 것이다’라고 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인도주의적인 여생을 살아온 진정한 영웅 김영옥의 이야기의 일대기는 독자들의 가슴을 울리기 충분하다.

이어 <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플래닛미디어. 2007). `사막의 여우`로 불리며 두 번의 세계대전과 두 개의 대륙에서 싸웠던 이들의 증언을 통해, 마침내 신화가 되어버린 에르빈 롬멜 총사령관에 관한 기록이다.

흔히 `사막의 여우`라 불리는 에르빈 롬멜은 2차대전 중 아프리카군단의 사령관으로 기갑사단을 지휘하여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 낸 주인공이다. 그 공로로 최연소 육군원수에까지 임명되었던 가장 유명한 독일의 장군이다.

전차전의 귀재였던 그는 기발하고 탁월한 전략과 전술, 공격적이고 지칠 줄 모르는 용맹, 정치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군인정신으로 아군과 적군 모두에게 존경받았던 패전국의 빛나는 사령관이었다.

영웅이라 불리기에는 히틀러와 너무 가까웠던 사람, 에르빈 롬멜의 무엇이 그를 특별하게 만들었는지 책은 전한다.

책에 따르면 롬멜의 작전과 전술은 흔히 `속도`와 `기습`으로 대표되었다. 또한 `기만전술`의 달인이었던 그은 교활한 작전으로 끊임없이 연합군을 괴롭혔다.

그는 전력의 열세를 숨기기 위해 폴크스바겐 자동차에 나무판을 씌우고 색을 칠해 전차 모양으로 만들기도 했는데, 이 모형 전차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맹렬한 기세로 사막을 내달으면 그 모습을 보고 연합군은 아예 진지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냉혹하기만 한 전쟁 영웅이 아니었다.

대치중인 영국군의 야전병원에 부상자가 먹을 식수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롬멜은 곧장 장갑차에 백기를 달고 식수를 실어다 영국군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영국군은 그 보답으로 지프에 백기를 달고 와인을 실어다 독일군에게 전달했다.

또한, 전투가 끝나면 서로간 총격을 멈춘 뒤 피아를 불문하고 부상자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도 했다.

지휘자로서의 뛰어난 능력만큼 인간적인 약점도 많았던 롬멜은, 아군과 적군 양쪽의 존경을 받았으나, 역시 아군과 적군 양쪽의 공격도 받아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전쟁’ 영웅에서 더 나아가 진정한 ‘영웅’으로 남았다.

[신기수 책전문기자 movie@popz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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