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로 살아간다는 것은?
`트랜스젠더`로 살아간다는 것은?
  • 북데일리
  • 승인 2008.05.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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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우리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로 살아간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다큐멘터리 북 3xFtM 세 성전환 남성의 이야기>(그린비. 2008)는 이런 물음에 가장 솔직한 목소리를 들려줄 듯.

`FtM`(FEMALE TO MALE)은 생물학적 성인 `여성`(female)에서 자신이 원하는 성인 `남성`(male)으로 성을 바꾼 사람들을 뜻한다. 성적소수문화 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에서 기획하고 ‘그린비’에서 출간된 이 책은 생물학적 성에서 자신이 원하는 성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용기 있는 세 남자(고종우, 한무지, 김명진)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제 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옥랑문화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3xFtM`에 다 담지 못한 인터뷰를 따로 엮은 책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들은 여자의 육체와 남성적 정신의 충돌 때문에 괴로움을 느껴야 했다. 중학교에 올라가 교복치마를 입어야 했을 때는 "바지를 허락해주지 않으면 이 학교를 못 다닐 것 같다"고 교장과 담판을 짓기도 했다. 가슴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는 가슴을 도려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다니다가 교사에게 혼찌검이 나기도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시련은 계속됐다. 여성과 남성이 뚜렷이 구분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이 알려질까 봐 늘 가슴을 졸이며 살아야했다.

오토바이로 배달일을 하다 사고가 났을 때는 자신의 성이 드러나 일터에서 쫓겨날까봐 피가 철철 흐르는 중에도 사고처리를 자신이 다 해놓은 후에야 비로소 `기절`할 수 있었다. 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과 선입견이 그들을 얼마나 피 말리게 하는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

성전환 수술로 남성의 육체를 얻고 법적으로 당당히 남성이란 사실을 확인받았다고 해서 이들의 어려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트렌스젠더에 대한 사회의 제도적 뒷받침이나 배려는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주민번호 앞자리가 `1`로 바뀌며 생물학적, 사회적으로 당당히 남성으로 인정받게 된 명진씨는 자신의 좌절담을 책을 통해 털어놓았다. 대기업에 취직했던 그는 회사로부터 학력위조와 경력위조로 고소되는 상황을 겪었다. 이력서 `출신 고등학교` 기재 란에 `...여자 고등학교`라고 쓸 수 없어 `여자`자만 뺀 것이 화근이 됐다. 경력 역시 그의 주민번호가 아예 바뀐 탓에 이전 경력이 조회되지 않았던 것이 `경력위조`란 오명을 쓰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듯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속에서 이들이 살아온 삶이 얼마나 무겁고 힘겨웠는지, 또한 이들의 선택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그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특히 책을 통해 소개된 다음과 같은 이들의 절박한 외침은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다.

"남자가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남자가 되어야 했죠."

[하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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