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 뉴스] 삶의 희망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독거 할머니 위해 전세 이중계약자 마음도 돌려놔
[화이팅 뉴스] 삶의 희망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독거 할머니 위해 전세 이중계약자 마음도 돌려놔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8.04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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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사는 집이 편해야 몸과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서민들은 요즘 치솟는 전세값으로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도 세상 인심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적은 돈으로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었던 할머니의 사연이 있다. 

울산에서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는 A씨는 며칠 전, 우연히 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A씨를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새댁 덕분에 겨울에 따뜻한 햇볕 들고 여름에 시원한 남향 집에서 잘 살고 있어요. 그때 정말 고마웠어요.”

둘은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인연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할머니가 A씨 공인중개사무실에 집을 구하러 왔다. 할머니의 사정은 딱했다. 살고 있는 집이 재개발 예정지역이라 집을 비워줘야 상황이다. 적은 전세금으로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A씨는 할머니를 보며 자신이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자신도 아이가 어릴 때, 살던 동네가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적은 이주비를 받았다. 마땅한 집이 없어 빌라 1층으로 이사했다. 하루는 여름에 장대비가 집으로 쏟아져 들어와 주방과 거실이 물바다가 되어 고생했던 일이 스쳐갔다. 거기다 할머니가 친정엄마처럼 연민이 느껴졌다.

A씨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른 부동산에 전셋집을 수소문하여 발품을 팔았다. 덕분에 싼 전세금으로 좋은 집을 만났다. 10평 남짓한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할머니 혼자 사시기는 안성맞춤이었다. 할머니도 마음에 들어했다. 계약금도 입금했다.

하지만 세상 일이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 집을 본 다른 손님이 할머니보다 10분 먼저 입금을 하는 바람에 이중계약이 되었다. 먼저 입금한 사람이 매수인이 되는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할머니를 실망시켜드릴 수는 없었다. A씨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생전 처음보는 매수인을 찾아갔다. 할머니의 사정을 말씀드렸다.

“할머니는 경제적 능력이 거의 없고 자식과는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이주해야 하는데 이 전세금으로 구할 집이 없어요. 우리 어머니라 생각하고 양보해 주면 안될까요? 부탁합니다.”

매수인도 집이 마음에 들어 계약을 하고 계약금까지 지불한 상태에서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A씨의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요즘 세상에 이런 분이 있다는게 의아할 뿐입니다. 양보하겠습니다.”

매수인은 어렵게 구한 집을 할머니 딸같이 마음 써 준 A씨의 간곡한 부탁에 포기했다. 할머니는 고맙다며 A씨에게 눈물을 보였다. 공인중개사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때로는 법보다 인정이 먼저일 때도 있다. 할머니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공인중개사 A씨도 집을 양보한 매수인도 팍팍한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이름 없는 들꽃 같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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