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은행은 되고 증권사는 NO? "법인지급결제 허용" 3가지 이유
[줌-인] 은행은 되고 증권사는 NO? "법인지급결제 허용" 3가지 이유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6.08.02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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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증권업 경쟁력 강화·업권간 형평성·법인 고객 편의성·증권사 시스템 안전해"
▲ 법인지급결제 허용은 증권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네이버)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업권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금융계. 그러나 '은행'의 기에 눌려 옴짤달짝 못하고 있는 '증권'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안이 있다. 바로 '법인지급결제' 사안이다. 증권사에도 은행에서처럼 법인 고객이 지급과 결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실물 거래, 금융 거래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달 12일 여의도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 간담회에서 오래 묵은 법인지급결제 문제를 건드렸다.

당시 황 협회장은 "증권사에서 간단한 급여계좌 개설이나 협력업체에 돈을 받고 보내는 일을 하지 못하면서(못하기 때문에) 증권사의 법인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고객 편의를 위해서도 빨리 허용돼야 할 사안"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지급결제 규제에 대해 '공정 거래법 위반'이라는 민감한 단어를 사용했다. 증권사 앞에 놓인 장벽을 허물기 위해 '망치'를 꺼낸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이미 오래 전에 시행되었어야 할 문제"라거나 "지급 결제 허용 없이는 증권업의 경쟁력은 없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지급결제 허용 문제가 증권업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로 본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증권사에 법인지급결제를 허용하게 되면 대기업인 삼성, SK,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삼성증권, SK증권, 현대증권 등에 득이 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 임직원들에게 급여 통장으로 '삼성증권'을 지정하는 등 일감몰아주기가 만연해질 수 있다.

증권업에 허용된 '개인지급결제'가 별 이득이 없다는 볼멘 소리도 있다. 지급결제 인프라 구축에 비용만 낭비됐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금융투자업계, 증권사 임직원들의 의견은 달랐다. 법인지급결제가 숨 막힌 증권업의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법인 고객에게도 편의와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은 필수불가결 하다는 입장이다. 왜 증권사에게 법인지급결제를 허용해야 할까.

■ "법인지급 결제 허용, 증권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

현장에서는 법인지급결제 허용이 증권사에 이익이 될 뿐 아니라 물론 증권업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

A증권사 한 관계자는 "일각의 분석과 달리 개인지급결제는 증권사에 적잖은 이득을 주었다. 일례로 개인지급결제 허용 이후 개인 고객의 자금이 증권사 CMA 통장으로 많이 이동했다. 고객들이 증권사 계좌를 결제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법인지급결제 허용으로 증권사에 새로운 수익원이 생길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C증권사 관계자는 역시 "법인지급결제를 증권사에 허용하게 되면 증권사도 은행처럼 기업에 주요 금융사 역할을 할 수 있고, 증권사들이 기업과 네트워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뿐만 아니라, 증권사와 기업간 다양한 사업 기회도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업 측은 법인 지급결제가 증권업의 활로를 개척하고 물꼬를 틀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막는 것, 형평성에 어긋나"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 규제가 업권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일임업을 은행에 양보했는데,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를 은행업계에서 막는 행위는 불공평하다는 것.

A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업계간 업무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증권사가 일임형 ISA를 금융업에 양보한 셈인데도 은행이 지급결제 부문에 장벽을 치고 있는 것은 잘못됐다. 일본에선 여신 업무를 겸영하는 증권사도 있다. 이것까지 우리가 바란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비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법인지급결제를 허용해달라는 주장이 은행과 밥그릇 싸움인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ISA를 은행에 허용해줬지만 수익률은 증권사가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은행에서 ISA를 못 팔게 막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B증권사 한 관계자는 "은행의 기업 자금이 모두 증권사로 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감 몰아주기 등 자기 계열사 위한 조치도 최근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데 은행업계의 옹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 "법인도 고객, 편의 위해 하루빨리 허용돼야"

금융업 입장에서는 개인뿐 아니라 법인도 소중한 고객이다. 서비스를 만드는 공급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비용 측면, 질적인 측면, 다시 말해 고객 편의성이 좋아진다.   

A증권사 관계자는 "법인 고객도 지급결제를 이용할 금융투자회사가 많아지면 더 나아진 서비스를 받고, 더 저렴한 비용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객 선택은 자유롭게, 다양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며 "법인들이 증권 업무를 위해 굳이 은행을 거치면서 수수료 떼고 지급결제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하나?"고 반문했다. 

■ "증권사 시스템 취약하다고요? 그것은 과거 이야기"

은행업계에서는 증권사의 시스템 취약 문제를 거론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의견이 많았다.

A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은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으로 2차 동양사태가 나올 거라고 우려하는데 일련의 사건 이후 증권사 브로커리지 시스템이 튼튼하게 잘 갖춰져 있어 허용해도 충분히 잘 운용될 것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B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증권사의 보완, 전산 상의 문제를 거론하지만, 이는 증권사 시스템에 큰 취약점이 없음에도 트집 잡기식 태도"라고 말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발언으로 재발된 '법인지급결제'. 경쟁력 강화, 업종 형평성, 고객 편의성 고려가 증권사 앞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망치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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