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광화문에서 도끼 들고 "내 목을 쳐라"
[책속에 이런일이] 광화문에서 도끼 들고 "내 목을 쳐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8.01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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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융합형 지식탐험 링크 제작팀 지음 | 예담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자. 만약에 청와대 앞에서 사드배치에 반발한 성주의 한 주민이 시퍼런 도끼를 들고 나타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내 목을 쳐라"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작지 않은 뉴스가 될 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100여 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조선 후기의 꽂꽂한 선비 최익현은 도끼를 들고 광화문 앞에 나타났다. 그는 도끼를 들고 왔으니 내 목을 먼저 치라며 고종에게 이른바 ‘도끼 상소’를 올렸다. 

최익현은 사실 고종이 스스로 왕권을 쥐게 도운 일등 공신이다. 그런데 왜 고종을 향해 도끼 상소를 올렸을까. 강화도에서 맺은 굴욕적인 병자수호조약 때문이다.

그는 흥선대원군이 권세를 떨치던 조선 말 경복궁 중건에 반기를 들고 상소를 올렸다가 파직당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5년 뒤 더 충격적인 상소를 올려 고종이 스스로 왕권을 쥐게 돕는다. 섭정을 그만두고 고종이 직접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상소였다. 이로 인해 10년 동안 흔들리지 않았던 흥선대원군의 권력이 위기를 맞고 그의 섭정도 1873년 끝난다.

신간 <EBS 지식탐험 링크>(예담. 2016)가 소개한 이야기다.

책은 최익현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태도라 말한다. 고종 정권이 들어서는 데 일등 공신이었던 그가 고종을 향해 도끼를 들고 나타나 비판하는 일관적인 신념을 때문이다. 이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는 것.

최익현이 중요시한 것은 정권이나 권력 그 자체가 아닌 나라였다. 그는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항일의병운동을 촉구하며 의병의 선두에 섰다. 그러나 패하여 쓰시마섬에 유배되었다. 요즘에 찾아볼 수 없는 정치인, 아니 지사의 모습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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