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외국어를 잘하는 이도 번역이 어렵다. 그 이유는 언어를 뛰어넘는 문화와 역사, 생활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물론 외피, 즉 언어 자체가 근본적인 장벽이 된다. 예를 들어 보자. 기네스 세계기록에 ‘가장 뜻이 긴 단어’로 등재된 단어가 있다. 바로 ‘마밀라피나타파이 MAMIHLAPINATAPAI’다. 무슨 뜻일까.
복잡한 철자와 난해한 발음에도 불구하고 그 뜻은 심오하다. 이 단어는 야간어로 칠레 남부 티에라델푸에고 제도의 야간족 원주민의 언어다. 뜻을 풀이하자면 ‘같은 것을 원하고 생각하지만 그러면서도 먼저 말을 꺼내고 싶어 하지는 않는 두 사람 사이의 암묵적 인정과 이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단어는 무엇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 한자의 이심전심(以心傳心)과 심심상인(心心相印)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가 하면 사랑 고백이지만, 낭만과 공포 사이 어디쯤을 표현하는 단어도 있다. 아랍어로 ‘야아부르니 YA’ABURNEE’는 ‘나를 땅에 묻어 주세요’라는 의미다. 그 사람 없이는 어차피 살아가기 힘들기에 자신이 그보다 먼저 죽고 싶다는 뜻이다. 아름답지만 소름 끼치는 소망의 맹세다.
이밖에 모든 사람은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의 응구니 반투어 ‘우분투’, 사랑하는 이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손가락으로 쓰다듬어 주는 동작을 표현한 ‘카푸네’라는 브라질 언어도 있다.
이 내용은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시공사. 2016)에 나온다. 김소연 시인이 ‘마음사전’을 통해 마음에 관한 낱말의 미세한 차이를 밝히며 언어유희의 끝을 보여줬다면, 이 책은 낯설고 아름다운 52개 낱말로 마음을 촉촉이 적신다. 눈과 마음이 단어 하나하나로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