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엔♪이음악]⑪고 박경리 선생 떠올리는 유작 앨범
[이책엔♪이음악]⑪고 박경리 선생 떠올리는 유작 앨범
  • 북데일리
  • 승인 2008.05.13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지난 5일 문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문단의 큰 어른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토지>의 박경리 선생이 흙으로 돌아간 날이었죠.

많이들 마음이 아팠나 봅니다. 언론은 연일 이 일을 보도했습니다. 장례식 풍경은 물론 이어진 추모제와 발인 현장을 절절하게 그렸습니다. 특집을 편성해 작가의 생을 꼼꼼히 반추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후배 작가들과 그를 아는 유명인사들은 고인을 애도하는 글과 말로로 아픔을 나눴습니다.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 혹은 기사의 댓글로 거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현재 한 인터넷 서점에서는 작가의 대표작들이 평소보다 몇 배나 더 잘 팔린다고 하더군요. 그렇게나마 선생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겠죠.

아마 이번 일은 올해 문단이 겪은 일 중 가장 큰 슬픔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여기저기서 눈물이 뚝뚝 묻어나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난 해 재즈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두 번 있었습니다. 문단은 물론 전국을 흔들었던 선생에 비발 바는 아닙니다만, 연초와 연말에 색소포니스트 마이클 브레커(Michael Brecker. 57)와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 82)이 각각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이클 브레커는 백혈병의 일종인 골수 이형성 증후군이, 오스카 피터슨은 신장 쇠약이 원인이었죠. 팬들은 두 거장의 죽음에 슬퍼했습니다.

이 중 마이클 브레커는 세상을 떠난 해 여름, 유작 앨범이 발표돼 더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바로 <Pilgrimage>, 순례라는 제목의 음반이죠.

이 앨범의 녹음은 투병 기간 중 진행됐습니다. 건강이 잠깐 회복될 즈음인 2006년 여름에 팻 메스니(Pat Matheny. Guirar), 허비 행콕(Herbie Hancock. Piano), 브래드 멜다우(Brad Mehladau. Piano) 존 패티투치(John Patituci. Bass), 잭 드조넷(Jack Dejohnette. Drum) 등이 모여 만들었죠.

결과적으로 이 음반은 미완성입니다. 마이클 브레커가 건강이 악화돼 더 이상 연주를 할 수 없자, 몇 곡을 남겨둔 채 작업을 중단했습니다. 그의 사후 팻 메스니와 엔지니어, 프로듀서 등이 당시 녹음된 9곡을 추슬러 마무리 한 것입니다. 박경리 선생이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 연재를 건강 문제로 중단하고 이후 몇 개의 산문과 묶어 낸 <가설을 위한 망상>(나남출판. 2007)과 탄생 과정이 유사합니다.

수록 곡들은 유작 앨범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힘이 넘칩니다. 화려한 테크닉도 여전합니다. 사정을 모르고 들으면 누구도 환자의 연주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올해 2월에 열린 50회 그래미는 이런 그의 연주에 ‘재즈 연주곡 솔로(Best Jazz Instrumental Solo)’와 ‘재즈 연주 앨범(Best Jazz Instrumental Album, Individual or Group)’을 안겨 줬습니다.

무릇 사람은 때가 되면 생을 정리하는 게 순리입니다. 그래도 가급적 듣지 않았으면 싶은 게 타계 소식이겠죠. 앞으로는 기쁜 뉴스를 더 많이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욕심이겠지만 소망해 봅니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