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이책] 50일 간 큰오색딱따구리와 함께 한 남자
[오늘은이책] 50일 간 큰오색딱따구리와 함께 한 남자
  • 북데일리
  • 승인 2008.05.0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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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꼬박 50일 동안 큰오색딱따구리와 함께 지낸 사연

추천인-김성호 추천도서-<나무의 죽음>(웅진지식하우스. 2007)

추천이유-나무가 없다면 생명도 없다. 그러나 나무는 살아 있을 때에만 다른 생명체를 부양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죽어가는 과정 또한 완전히 죽음으로써 더 많은 생명체 탄생의 근원이 된다. 곧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북데일리] 꼬박 50일을 큰오색딱따구리와 함께한 남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남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성호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섬진강변 자연생태공원조성 기본계획’, ‘영산강 상류 생태계정밀조사’ 등의 일을 해온 생태계 전문가다.

김 교수가 큰오색딱따구리를 만난 건 지난해 4월이었다. 지리산 기슭을 지나다 큰오색딱따구리 한 쌍을 우연히 보게 된 것. 7년 전부터 새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에겐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었다.

그런데 행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큰오색딱따구리는 미루나무에 새끼를 키울 둥지를 막 짓기 시작하고 있었다. 둥지가 완성되면 알을 낳아 품고, 새끼가 태어나면 먹이를 물어 날라 키우는 긴 일정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는 평생 동안 다시 보기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큰오색딱따구리의 번식생태는 베일에 쌓여있던 부분. 김 교수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번식과정 전체를 관찰해 사진과 글로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강의와 이를 준비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모든 시간을 큰오색딱따구리와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관찰은 쉽지 않았다. 집을 나와 둥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개 새벽 4시 30분. 그때부터 10시까지 관찰을 계속했다. 도중에 강의가 있으면 차로 20분 걸리는 학교로 갔다가 다시 둥지로 향했다.

10시가 넘었다고 집에 가서 쉴 수는 없었다. 다음날 강의 준비 때문에 연구실에 가야만했다. 그는 “50일 동안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밖에 못 잤다”며 당시 어려움을 회상했다. 또 “관찰 시간 내내 서 있었고, 식사를 챙겨 먹지 못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결국 그는 관찰에 성공했다. 최근 펴낸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웅진지식하우스. 2008)는 이 같은 노력 끝에 나온 빛나는 결과물이다. 책에는 사진과 함께 큰오색딱따구리의 번식과정이 자세히 담겨 있다.

“단순히 욕심만 가지고 덤볐으면 아마 못 견뎠을 겁니다.”

김 교수는 “학자로서의 욕심만 있었다면 포기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큰오색딱따구리에 대한 사랑이 고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큰오색딱따구리의 행동 하나 하나에 울고 웃었으며, 그들이 내일 보여줄 모습에 가슴이 설렜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런 그가 추천하는 책은 <나무의 죽음>(웅진지식하우스. 2007)이다. 그는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며 일독을 권했다.

“자연은 본 만큼만 보여줍니다.”

그는 큰오색딱따구리를 관찰하며 “아무리 힘들어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주는 게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연에게 한 수 배운 셈이다.

다음에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설레는 그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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