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찰진 우리말 욕 ‘오라질, 육시랄’... 죄인의 형벌에서 비롯
[신간] 찰진 우리말 욕 ‘오라질, 육시랄’... 죄인의 형벌에서 비롯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7.25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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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맛을 더하고 글맛을 깨우는 우리말 어원 이야기> 조항범 지음 | 예담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대중을 향해 모욕의 언어를 내뱉은 공직자가 징벌 받았다. 그런데도 뒷맛이 씁쓸한 까닭은 민중을 짐승으로 추락시켰다는 비참한 감정 잔존해서다. 이 속을 뻥 뚫어 줄 말이 없을까.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겐 찰진 ‘욕’이 있다.

그 가운데 형벌과 관련한 찰진 욕 ‘오라질, 육시랄’의 어원을 풀면서 속풀이 해보자. ‘오라질’의 역사는 두 단어의 결합에 있다. ‘오라’는 과거에 도둑이나 죄인을 묶을 때 썼던 붉고 굵은 줄이다. 여기에 ‘질’이 붙은 것으로 ‘질’은 본래 ‘뒷짐 지다’에 보이는 ‘지다’의 관형사다.

오라질은 ‘맞잡거나 포개진 손 위에 오라를 얹을’이라는 ‘오라를 질’이 줄어든 말이다. 여기에 ‘년, 놈, 것’이 더해지거나 ‘오라질’의 ‘오’가 ‘우’로 바뀌면 심리를 좀 더 극대화해 격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더 과격한 느낌을 주는 ‘육시랄’은 어떤 어원을 가지고 있을까. 육시랄은 상대를 저주하며 욕으로 하는 말이다. 오라질과 욕의 기능이 다르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은 흡사하다. 원래 ‘육시를 하다’로 육시(戮屍)란 죽은 사람의 관을 쪼개고 목을 베는 행위나 형벌을 뜻한다. 부관참시(剖棺斬屍)와 같은 뜻이다.

대개 군주 사회에서 용서할 수 없는 대역죄일 경우 극형으로 행해지던 형벌에서 비롯된 욕이다. 어감부터 센 두 가지 욕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못마땅한 일이 벌어져 화가 치민 나머지 끓어오르는 화를 삭이기 위해 내뱉은 한풀이용이라는 점이다.

<말맛을 더하고 글맛을 깨우는 우리말 어원 이야기>(예담.2016)에 등장하는 우리말 어원이다. 저자는 요즘 우리 사회에 ‘오라를 질 놈’들이 너무도 많다고 한탄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우라질 세상’이라고 말이다.

책은 일상생활에서 뜻도 모르고 썼던 ‘무지개, 보조개, 수수께끼’ 등 익숙한 단어들부터 위에 설명한 욕에 이르기까지 우리말의 유래와 어원을 시원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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