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주희야 꼭 읽어보렴
내 동생 주희야 꼭 읽어보렴
  • 북데일리
  • 승인 2008.04.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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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대학생 독서진흥을 위해 북데일리는 숭실대의 `독서후기클럽`을 적극 후원하고 있습니다. 좋은 책을 준 뒤 서평을 쓰게 하는 독서후기클럽엔 1회, 100여명의 신청자들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대학생들에게 학창시절 소중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는 이 운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여섯 번 째 책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에 대한 정지현 양의 서평(최우수)입니다.-편집자

3학년이다. 마음의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요즘이다. 정확히 대학생활의 반, 그리고 그 반에서 다시 한발씩 정점을 향해 내딛는다. 돌이켜보면 그 반이라는 시간동안 내겐 참 많은 일이 일어났었고, 그 작고 큰 파도를 온몸으로 마주할 때마다 깊어지는 눈빛만큼 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해답이 보이지 않는 일과 마주하게 되는 날이면 막연하고 먹먹한 마음을 안고선 길을 잃은 기분으로 도서관을 찾곤 했었다.

언제나 도서관을 가득 채우는 오래된 책 냄새, 조금은 서늘한 그렇지만 기분 좋은 온도, 창을 가득 채우는 햇살. 나보다 훨씬 커다란 책장 사이를 미로 찾기 하듯이 한참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미로 찾기의 끝이 언제나 그래왔듯이 내게 닥친 시련의 해답을 가지고 있을 출구를 찾기 위해 나는 책을 읽었었다. 때로는 꺼내든 책이 너무 좋아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읽었던 기억도 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햇살 좋은 창가의 나무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어내려 갔던 기억이 난다.

정신없이 한참을 책속에 빠져서 읽어내려 가다 고개를 들어 보면 깊은 들숨이 내게 찾아온다. 가슴에 평안한 공기로 가득 찬다. 그리고는 이젠 알겠어 하는 마음에 드는 안도감과 함께 입가가 작은 미소로 물든다. 기나긴 미로 끝에서 출구를 찾고 밝은 햇살 아래 서있는 것처럼 마음이 설레어 온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내 인생에 닥친 문제의 본질을 가장 잘 알고 있던 사람은 나였고 해결책은 문제와 함께 내 다른 손에 쥐어져 있었다. 내가 내 자신을 힘들게 했던 이유는 때로는 용기가 없어서였고 ,때로는 과한 욕심 때문이었고, 때로는 내가 이미 어찌 할 수 없을 만큼 지나쳐 버린 무언가에 대한 후회와 집착에서 오는 마음이었다. 내 인생에 있어 나를 힘들게 하던 파도를 만드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내 가슴 안에 바람을 만들어 내는 내 자신이었다.

가끔은 곁의 누군가가 힘들어 하고 갈피를 못 잡고 고민을 할 때 말없이 건네주는 책 한권이 마음에 더 와 닿을 때가 있다. 작은 시골 중학교를 졸업하던 날, 내가 좋아하던 국어 선생님께서 내게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쓴 ‘월든’이라는 책을 선물해 주셨다. 초록 침엽수가 그려진 노란 겉표지를 넘기자 하얀 속지 위에 선생님이 내게 주시는 작은 글귀가 쓰여 있었다.

책을 넘기면서 선생님이 내게 하고 싶으셨던 말이 무엇인지 느낄 수가 있었다. 부모님 곁을 떠나 비평준화 고등학교에서 보낸 3년이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외롭고 힘들었던 시기 나를 지탱해준 소중한 책이었다. ‘내 인생을 바꾼 한권의 책’은 그 때 선생님이 내게 선물해 주신 ‘월든’이라는 책을 닮은 책이다. 이미 인생이란 기나긴 길을 걸어보았던 48명의 저자들은 앞으로 그 길을 뒤따라 걸어갈 이들이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길을 잃고 넘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섣부른 충고나 조언 대신 따듯한 눈빛으로 그렇게 넘어져 있는 이들을 바라보면 자신도 그렇게 넘어져 본 일이 있었노라 하며 그렇지만 포기 하지 않고 책을 통해 다시 일어서서 여기까지 보란 듯이 걸어 왔노라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해준다. 조금은 거친 미색의 종이 위를 채우고 있는 활자가 단어가 되고 의미를 갖고 한 사람의 인생이 되어 너무 높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낮지도 않게 내게 다가와서 가만히 말을 걸어온다.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이라는 책은 삶이라는 복잡한 길의 이정표를 닮은 책이다. 삶의 나침반, 깨달음의 열쇠,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 최고의 스승, 끝없는 도전과 용기, 변화의 연금술이라는 커다란 6개의 길 아래 48명의 명사들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고 그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48개의 책과 그들이 주는 48개의 격언이 적혀있다. 언제 어디서건 부담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짧은 길이의 글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글 하나하나가 깊은 울림을 가지고 있어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한참을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또한 시련이라는 운명의 바람이 때로는 얼마나 많이 인간을 성장하게 만드는가를 느끼게 해준다. 한 사람의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에 책을 통해 다시 딛고 일어선 경험, 우연히 읽게 된 책 하나로 인해인생 전반의 가치관이 바뀌게 된 경험, 감옥의 범죄자들에게 책을 읽어줌으로 인해 그들을 감화 시킨 경험, 환경에 지지 않고 가슴속에 꿈을 이루도록 지탱해준 경험까지 한 고귀한 인격체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그 중심에 있던 책의 소중함을 말한다.

물론 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인정받는 사람이 된 것은 분명 좋은 책을 만나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책을 똑같이 읽었던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달랐던 점은 그들은 책을 읽고 얻은 깨달음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보다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깨달음을 실천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수능 시험을 앞둔 동생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이른 새벽까지 잠 못 이루며 문제집과 씨름을 하고 점수에 웃고 우는 하루하루로 채워질 1년일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이기에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 동생의 뒷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동생은 찾은 걸까? 가슴에 꿈과 목표가 없으면 버티기 힘든 시기임을 알기에 마음이 아려온다. 지쳐 잠이 든 동생의 곁에 포스트잇에 써내려간 쪽지와 함께 이 책을 가만히 두고 온다.

‘아무 때고 어디든 펼쳐서 읽어 보렴.길을 잃은 듯 막막한 마음이 들때면 언제든.’ 내동생 주희가 인생이란 기나긴 길을 걷다가 어느 날 길을 잃게 되면 밤하늘에 북극성으로 길을 찾듯 이 책을 통해 언제 어디서건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내게 이 책이 그러했듯 주희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 [정지현(숭실대 생명정보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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