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책] 2030 여자가 살아가는 법
[책vs책] 2030 여자가 살아가는 법
  • 북데일리
  • 승인 2008.04.28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대한민국에서 2~30대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랜덤하우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다산북스) 등이 이에 조언을 건넨다.

최근, 이런 여성들에게 필요한 색다른 두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하나는 <스타일>(예담. 2008)이란 소설, 다른 하나는 <20대 여자를 위한 자기발전노트>(북포스. 2008)란 자전적 자기계발서다. 장르는 다르지만, 그것이 말하고 있는 우리 시대 2030 여성들의 고민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일>은 소설가이자 한때 패션잡지 기자였던 백영옥의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패션지 8년차 여기자 이서정을 중심으로 사랑, 패션계의 치열한 경쟁, 사내 권력 관계, 명품과 음식이야기 등을 감각적인 문체로 엮었다.

직장 생활 8년차에 예금도, 보험도, 그 흔한 펀드에 애인 하나 없는 평범한 이서정은 우리 시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중산층 여성들을 대변하고 있다.

저자는 에르메스 백과 마놀로 블라닉 슈즈 같은 명품에 대한 욕망과, 아프리카 기아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착한 욕망 사이를 넘나드는 이서정을 통해 현대 도시 여자들의 치열한 삶과 고민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소비하고 들여다보기를 열망하는 음식, 패션, 섹스 등의 세계를 역동적으로, 또 수다스럽게 그려냈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소설을 “진정한 자기 자신과의 화해, 세상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다양한 스타일들과의 화해에 관한 성장소설”이라고 말한다.

이 소설은 한국문학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중산층 여성들과 그들의 직업의 세계를 리얼하게 들여다본 점이 흥미롭다. 작가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그린 소설이어서 당대의 현실을 대단히 솔직하게, 드라마틱한 전개로 재미있게 그렸다는 점이 매력이다.

다음 책 <20대 여자를 위한 자기발전노트>는 20대 초반부터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법한 이상적인 일자리를 찾아 900번의 이력서를 썼던 저자의 생생한 직업 체험집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선배로서의 조언을 담은 책이다.

영업사원, 니트 디자이너, 명품관 직원, 광고대행사 마케팅직. 파티플래너, 지면모델, 웨딩플래너 등 10여개가 넘는 직업을 전전했다. 부모의 입장이라면 그 수많은 전직을 두고, 분명 ‘어찌 뭐 하나를 1년을 못 버티냐!’라는 야단을 늘 받았겠지만, 이런 다양한 직업을 용감하게 뛰어들어 ‘직접’ 실행하기엔 소설처럼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책은 여러 직업을 옮겨 다닌 경험은 물론, 자기 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변 사람들의 성공과 좌절기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요즘 직업을 갖기가 기업에서 이사로 승진하기보다 어려운 삶 그 자체가 20대들의 직업 찾기 매뉴얼로 읽어도 좋을 법하다.

지독한 독서광이기도 한 그녀는 책속에서 만난 위인들이 전해주던 인생의 해답들과 수백 차례의 입사지원에서 직접 깨달은 뼈저린 교훈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노하우를 동시대를 살아가는 고달픈 20대 청춘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 책이 어느 여성 자기계발서와 다른 점은 여기에 있다. ‘속물로 살아라’는 노골적인 ‘여자생활백서’가 아니다.

`책광`임을 자처하는 지은이는 책하고 놀고, 책코틴에 중독괴고, 책값을 낭비하며, 리뷰를 쓰며 글쓰기 연습을 하자고 권유한다. 그러면서 달콤한 커피 두 잔 값으로 산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다이어트에 제격이다, 해가 갈수록 책은 멋스러워진다, 한사람의 인생에 대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얘기를 들려준다.

저자 윤정은은 소비 마케팅의 대상이 되지 말고, 나 자신이 문화의 중심이 되자고도 말한다.

취미는 독서요, 특기는 음악 감상이라는 자기소개를 벗어나볼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취미는 꽃꽂이고, 특기는 독후감 쓰기라든가, 취미는 미술 감상이고 특기는 재미있는 뮤지컬 찾아내기 등 시선을 조금만 바꿔도 특별한 내가 될 수 있다는 것.

돈 잘 쓰고 허영심 많은 20대 여자, 기업체의 마케팅 대상으로 인식되곤 하는 20대 여자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나눔`의 미학으로 마무리된다. 가족과 나를 사랑하고 친구를 소중히 하며 이웃에 봉사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얼마나 든든한지 책은 말한다.

[신기수 책전문기자 movie@popzen.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