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 북데일리
  • 승인 2008.04.2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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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이집트 여왕이자 절세미인으로 유명한 클레오파트라의 운명은 비극적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무기로 하여 카이사르, 안토니우스와 같은 쟁쟁한 권력자와 결혼하면서 세상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세 번째 옥타비아누스와 사랑에 실패하면서 그녀의 삶은 로마에 의해 멸망한 이집트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이런 그녀의 비극을 보면서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만약 조금만 더 낮았더라면 지구의 표면이 달라졌을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우리는 역사적 인물에게서 하나의 전형(典型)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이순신의 두 얼굴>(창해. 2004)을 탐독한 이유이다. 이 책에는 클레오파트라와는 전혀 다른 삶이 있다. 바로 영웅 이순신의 위대한 정신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는 임진왜란(이 책에서는 7년 전쟁)이라는 풍전등화(風前燈火)에서 오히려 정면으로 승부했다. 이것이 그의 ‘올바른 원칙을 향한 정면돌파’였다. 그래서 만약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없었더라면 조선은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말한 대로 정명가도(征明假道)라는 암울한 역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진왜란에는 이순신이 있었다. 그는 조선을 두 번 구해냈다. 한 번은 한산대첩이다. 1592년 4월 13일 부산 앞바다에서 시작된 임진왜란은 조총을 앞세운 일본군은 파죽지세로 서울을 향했다.

그리고 불과 20일 만에 서울을 점령하였고 조선의 임시수도였던 평양이 6월 15일에 함락되었다. 그러나 7월 7일 이순신이 한산도에서 적선 59척을 파괴하면서 일본군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두 번은 명량해전이다. 이순신이 임금이 명령에 항명한 까닭으로 백의종군하고 있을 때 원균이 칠천량 전투에서 일본 수군에게 대패하고 만다. 이로 인해 전선 12척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12척으로 1597년 9월 16일 명량해전에서 적선 130여척을 물리쳤다.

한편으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역사적인 흐름과는 무관하게 전투의 승패나 알고 있을 정도였다. 혹은 이순신이 명량해전에서 전선12척인가, 아닌가를 두고 갑론을박했을 뿐이다.

결국 어느 학자가 12척이 맞다, 라고 하면 그것이 옳다고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맞추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가 보기에는 이러한 방법은 역사의 무관심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일까? 그는 이순신과 관련된 자료를 두루 섭렵하면서 임진왜란을 재구성하고 있다. 주요 사건을 세분화하고 배경 지식에 관련된 해설이나 그림 그리고 사진을 덧붙여 누구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시각은 역사적 사건이 얼마나 현실과 호응하고 있는가에 있다. 만약 현실과 관계가 부적절하다면 그것은 역사를 해석하는데 있어 치명적인 오류를 간과하는 셈이다. 역사에서 무한한 상상력은 허용되지 않는 법이다. 그 증거로 우리는 이 책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된다.

그중에서 원균과의 불화설이 큰 관심사이다. 이순신이 원균과 함께 해전에서 승리하면서도 보고서에서는 원균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고 있다. 이왕이면 나쁘게 말할 필요도 없는데 굳이 그렇게 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이순신의 엄격한 군율에 있었다. 그런데 원균은 독단적이었다. 또한 이순신이 지장(智將)이었다면 원균은 맹장(猛將)이었다. 전투에 대한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순신은 승리했고 원균은 실패했다.

분명 임진왜란의 영웅은 이순신이었다. 그의 시대는 매우 불안했으나 그의 정신은 불굴의 의지로 어려운 현실을 극복했다. 어쩌면 그가 여러 해전에서 보여준 숫자상의 승리는 단지 표면적일 뿐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밝은 미래를 볼 줄 알았다는 것이다.

지난 날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있던 이순신이 우리 곁으로 새롭게 다가왔다.“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라는 그의 고뇌를 어느 누구도 의심할 수 없다. 완벽하게 승리를 하기 위한 그의 고통은 이내 눈물에 입맞춤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임재청 시민기자 ineverl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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