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시의원 `시(詩)` 발표한 사연
시각장애 시의원 `시(詩)` 발표한 사연
  • 북데일리
  • 승인 2008.04.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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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송경태 전북 시의원은 앞을 볼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강하다. 그는 4대 극한 마라톤 중 3개 대회를 완주했다. 사하라 사막, 고비 사막, 아타카마 사막이 그가 뛴 곳이다. 이제 남극 마라톤만 남았다.

이런 그가 시집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청동거울. 2008)을 냈다.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이야기를 시로 풀어낸 것. 장애인에 대한 차별,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이 주 내용이다.

이 중 눈이 안보여 겪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 시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짧은 글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몇 구절 옮겨보면 이렇다.

“사지 멀쩡한 여자가/ 왜 시각장애인과 결혼하여 고생하느냐며/ 아내에게 핀잔 주는 공무원”(정말 나쁜 사람들 중에서)

“흰 지팡이 짚고 걷는데/ 뒤에서 자동차가 빵빵 거린다/ 기껏 옆으로 서서 비켜주었더니/ 또 빵빵거리며 고약한 매연만/ 확 풍기고 가버린다” (분노 중에서)

“시의원들 한가위 명절이라고/ 불우시설 위문하는데/ 내가 깜깜이라고 말도 안 붙여 주고/ 지들끼리만 다닌다/ 환경미화원 체험한다고/ 상의 한마디 없이/ 송경태 의원만 제외하고 다 모이란다” (어떤 무시 중에서)

한편, 책 우측 상단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출력용 이차원 바코드가 찍혀 있다.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게 한 배려다.

(사진제공=청동거울)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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