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엔♪이음악]⑩아늑한 서점과 어울리는 음악
[이책엔♪이음악]⑩아늑한 서점과 어울리는 음악
  • 북데일리
  • 승인 2008.04.07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무엇이든 익숙해지면 편안함을 느낍니다. 처음의 긴장과 초조함, 낯선 시간은 절로 사라지고, 거기엔 안락함 만이 남습니다.

에세이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시공사. 2008)의 주인공 `제레미 머서`가 그랬습니다. 그는 캐나다의 한 신문 ‘오타와 시티즌’에서 ‘잘 나가는’ 사회부 기자였습니다. 그는 범죄 관력 서적까지 내며 승승장구했죠.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쓴 책에 언급된 한 범인에게 협박을 받고 파리로 도망을 갑니다. 고향에서 일군 부와 명예를 모두 버린 채로요.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기 직전 그는 한 서점에 들릅니다. ‘셰익스피어 & 컴퍼니’라는 이름의 오랜 역사를 가진 곳으로 헌책방 역할은 물론 작가들에게 공짜로 숙소를 내주는 특별한 서점이었죠.

여기서 그는 새 삶을 꾸립니다. 하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죠. 더러운 서점의 환경, 사람들의 텃세,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 등이 매일 그가 참고 해결해야할 문제였습니다.

그러기를 여러 달. 결국 그는 안정을 찾습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더니, 급기야 연애까지 합니다. 그러면서 서점에 대한 애정도 차곡차곡 쌓입니다. 서점이 자본의 힘에 넘어가지 않게 애쓰는가 하면 조지가 그리워하는 딸을 만날 수 있게 앞장서죠. 나중에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하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조지와 함께한 시간은 나를 바꿔놓았다. 내가 떠난 삶에 대해 의문을 품게 했으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이렇게 그는 변했습니다. 처음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점을 마음으로 안게 됐습니다. 어쩌면 서점이 그를 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악을 찾아 듣다보면 비슷한 경험을 종종 합니다. 첫 만남은 너무 어색하고 힘들지만 듣다 보면 점점 좋아지고 결국 빠지게 되는 그런 일을요. 대표적으로 Pat Metheny Group(이하 PMG)의 최근작 The Way Up을 들 수 있습니다.

PMG는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와 건반 연주자 Lyle Mays가 주축이 된 재즈 밴드입니다.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중후하고 신비스런 분위기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죠. 이지 리스닝, 즉 듣기 쉬운 재즈 음악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앨범에는 단 4곡이 실렸는데 재생시간은 68분 10초나 됩니다. 수록 곡을 따져보면 1번 Opening이 5분 17초, 2번 Part One이 26분 27초, 3번 Part Two가 20분 30초, 3번 Part Three가 15분 54초에 이릅니다. 입이 떡 벌어지는 긴 재생시간이 아닐 수 없죠.

사실 10분이 넘는 곡을 집중해서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재즈는 멜로디가 한 번에 귀에 들어오지 않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대중가요 작곡가들이 대중성을 생각해서 3분대의 곡을 선호하고, 5분이 넘지 않게 만드는 걸 보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때문에 처음 듣기에는 버거운 앨범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귀가 훈련됐다고 자부하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죠.

하지만 곱씹을수록 맛이 나는 음반입니다. 한 곡 안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리듬과 주선율은 신선한 자극을 줍니다. 몇 번씩 치닫는 절정과 달콤함과 쓴맛을 수 없이 오가는 전개 역시 기존 PMG 음악에서 진일보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 어떤 앨범도 나를 이만큼 흥분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팻 메스니의 말은 괜한 허풍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죠.

어떤가요. The Way Up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지 않은가요.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자꾸 부딪히며 음악 속에 빠져보려 한다면 아주 특별한 체험이 가능합니다. 제레미 머서처럼 삶까지는 아니겠지만 이 앨범으로 자신의 음악 인생에 전환기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