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책]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책vs책]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
  • 북데일리
  • 승인 2008.04.0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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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무슨 일이든지 당위론만 앞서면 실천이 뒤따르기 어렵다. 재미를 느끼고, 하고 싶어 못 견디기게 만드는 것이 효과백배다. 독서 또한 마찬가지다.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의무감만으로는 하기 싫은 숙제일 뿐이다.

독서 역시 성공체험이 중요하다. 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에 빠져보는 것. 다치바나 다카시는 ‘지(智)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는 일본의 저널리스다. 그의 최근작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청어람. 2008)는 표제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바쁜 생활,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는 법. 미처 다 읽지 못한 책에 대해서 아는 척하는 방법은 없을까? 독서를 신성시하고, 정독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지금까지 책에 대해 너무 환상을 품고 있는 건 아닌지 새로운 독서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통해서.

먼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2001년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일본의 대표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

이번 책에서 그는 무엇보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그 10년간의 책읽기가 오늘날의 자신을 형성했다고 고백한다. 이 책의 1부 ‘피가 되고 살이 된 500권, 피도 살도 되지 못한 100권’ 부분은 무명의 다치바나 다카시가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며, 그 방법론은 바로 독서였다고 밝히고 있다.

문예춘추 입사 후 `정치 경제 사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고 낙담했던 청년 다카시가 어떻게 책읽기와 글쓰기의 세상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는지 그 이야기들이 지적 성장기처럼 읽힌다.

누구나 유명해지기 전 `수수께끼의 공백지대`가 있다, 그 과정은 말 그대로 자신만의 세계, 실력을 쌓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고단하고 힘든 `지적 체력단련기`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저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

“사람에게는 누구나 `수수께끼의 공백시대`가 있다. 즉, 세상에 알려지기 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인생 내력이 있기 마련이라는 얘기였다. 그 시절 지적인 입출력비를 최대한으로 높이 유지하여 지적 자산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었다.

바로 그 시절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독서가 이루어졌던 시기였다. 산더미처럼 쌓인 책을 걸신들린 듯 읽어대고 친구와 토론하고 영화와 미술작품 감상에 탐닉했다. 그리고 자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상당 부분을 여행하는 데 썼다.”

다음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여름언덕. 2008).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현재 파리 8대학 프랑스문학 교수이자 정신분석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꼽히는 명저는 많지만,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그 책을 읽어 봤습니까?”란 질문은 무례한 표현일 수 있다. 책이름을 꺼낸 사람이 그런 점을 노리는 경우조차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읽어보지 않고도 대화 속에 거침없이 책들을 늘어놓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저자 또한 강의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책을 접해보지 않았다는 고백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 누구나 열정적이고 창조적인 대화가 가능하며, 바로 여기에 진정한 독서의 목적과 진실이 숨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는 책을 전혀 읽지 않은 경우, 책을 대충 훑어보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하는 책 얘기를 귀동냥하는 경우, 책의 내용을 잊어버린 경우까지 독서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독서란 각 권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과 책, 책과 독자 사이의 네트워크를 파악해 전체적인 지식지도를 그려내는 `총체적 독서`를 지향함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에서 폴 발레리, 발자크, 오스카 와일드에서 그레이엄 그린, 움베르토 에코에 이르기까지 문학의 여러 대가들을 인용하고 분석하며 총체적 독서를 위한 각종 ‘비독서’의 방식과 미덕을 논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 말하는 기술이나, 비독서 또는 무독서를 권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당연시해온 독서문화와 이에 대한 금기를 되짚어가며 독서의 목적과 방법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으로써 책의 중요성과 독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얘기로 가득 차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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