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11만원으로도 가능했던 시골생활 정착기... <시골생활> 저자 정상순의 '슬로우 라이프' 강연
[저자와의 만남] 11만원으로도 가능했던 시골생활 정착기... <시골생활> 저자 정상순의 '슬로우 라이프' 강연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6.13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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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생활> 정상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시골생활>(문학과지성사. 2015) 저자 정상순이 파주 시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시골생활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지난 10일(금) 파주 교하도서관에서는 '슬로우 라이프(slow life), 결핍과 불편의 인정'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시골생활은 두려움과 환상을 함께 갖게하는 단어다. 정상순은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며, 영화를 전공했다. 서른이 넘어 지리산 자락에서 시골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15년 째.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자가 어떻게 시골생활을 결정하고 잘 정착 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먼저 그녀는 저자라는 타이틀 보다 남원시 삼례면에 살고 있는 시골생활 15년차의 정상순이 더 친숙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최승자 시인의 ‘내 청춘의 영원한’이라는 시로 말문을 열었다.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 괴로움/ 외로움 / 그리움 /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여기, 도시가 아닌 다른 곳, 시골생활, 그건 대체 뭘까? 그녀가 생각하는 시골생활은 이렇다.

“시골생활은 도시생활과 다를 거 하나도 없고, 그러나 엄청 달라요. 말장난 같지만 사실이예요. 저는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32살에 귀농해서 15년째인데요. 시골생활에 대해서 30% 정도 만족스럽다고 말씀드릴게요. 70%는 불만족스럽다는 것이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는 의미예요. 이 말은 30년이 지나도 아마 마찬가지일 거예요.”

귀농이후 그녀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힘들지 않냐, 행복하냐, 뭐 해먹고 사냐, 다시 서울로 오고 싶지 않냐” 그 중 “거기 왜갔냐”는 질문은 아마 백번 정도 들었다고. 그에 대해 그녀가 준비한 모범 답안은 “음식물 쓰레기 때문” 이었다.

“예전에 아파트에 살면서 쓰레기를 한꺼번에 버릴 때는 몰랐는데, 분리수거하고 종량제봉투를 사용하면서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하니까 무섭더라구요. 시골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자연스런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버릴 수 있어요, 밭에. 그것을 다시 거름으로 쓸 수 있구요. 저는 그렇게 순환하는 방식이 좋았어요.”

이어 또 다른 설명을 덧붙였다. 왜 시골로 갔는지 “좀 더 고상하게 얘기”를 하자면, 홍대에 있는 작업실을 갈 때 지하철 환승하는 통로에서 출근하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가야했는데 그녀는 그 무리를 뚫고 갈 수 가 없었다. 그 흐름에서 타인들의 속도를 따라 갈수가 없었다는 것.

게다가 당시 유행하는 헐리웃 영화가 있었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연극을 전공했는데도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살기에는 느린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하지만 솔직한 답변은 아무 생각없이 갔어요. 특별히 준비하지도 않았어요.”

그녀가 귀농한 곳은 남원의 실상사라는 절이 있는 산내면이다. 실상사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절이 절 같지 않은 절이고 스님다운 스님이 없는“ 절이다. 노동운동, 귀농운동, 문화운동 등 항상 운동을 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실상사를 중심으로 귀농운동을 시작했고, 그녀는 그 수혜자다. 2002년에 실상사 귀농학교를 졸업했다. 귀농한지 15년이 된 이제는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할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당시와 상당히 달라요. 가족단위로 귀농하고, 땅 사고, 집짓고 귀농해요. 처음에 저는 11만원 가지고 귀농했지만 살아남을 수 있었어요. 집도 많았고 도와주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죠. 그곳이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한번 해보자. 한번 바꿔보자.’ 그런 생각이었어요.

친구들은 “너 도시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서 도망가는 거지?” 물었어요. 당시에는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저 도망간 거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도망 잘 간 거 같아요. 왜 귀농했냐는 질문은 제가 앞으로도 계속 완성해 가야할 질문 같아요.”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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