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업구조조정, 자본시장에 맡겨야..정부가 만든 틀로는 어림 없어"
[인터뷰] "기업구조조정, 자본시장에 맡겨야..정부가 만든 틀로는 어림 없어"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6.06.09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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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빈기범 교수, 6.8 구조조정 대책 정면 비판
▲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빈기범 부교수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김시은 기자] “휘황찬란한 장밋빛 비전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자본시장이 기본적 기능을 충실히 해 국내 자본시장을 건실하게 만드는 게 최우선입니다.”

지난 2009년까지 5년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한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빈기범 부교수는 기업구조조정은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관료주의적·사회주의적 발상으로 이해관계자들에게 내준 면죄부

지난 8일 발표된 정부주도 기업구조조정 대책안에 대해 빈기범 교수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췄다. 그는 “이번 대책안은 최악의 결정이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할 정도로 방식이 너무 복잡하다. 대책안을 만든 건 아마도 금감원과 금융위 실무자들일 것이다. 발표한 이들도 구조를 제대로 이해 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서 구조조정에 대한 관심도 앗아갈 것이라는 지적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복잡한 대책은 국민들로 하여금 ‘우리와는 동떨어진 전문가들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빈 교수는 캐피탈 콜방식을 채택한 것이 구조조정에 필요한 투입비용을 명확히 예측하지 않아서라고 비난했다. 특정산업 혹은 기업을 위해 내키는 대로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표현했다.

구조조정 대책을 논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PEF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빈기범 교수 역시 마찬가지다.

빈 교수는 PEF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 국내 PEF가 왕성하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PEF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은 대상 기업을 PEF에 매각하고 이들이 기업 가치를 높여 다시 파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국내 PEF 가운데 6조원짜리 대우조선을 한 번에 인수할 수 있는 주체는 없다. 적어도 대형 PEF 대여섯 개가 모여 컨소시엄을 이뤄야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빈 교수가 인터뷰 내내 해결책으로 제시한 건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한정된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효율성을 높여야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미국 정부의 시장 개입은 비효율을 야기하고 있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버틸 만하다. IT혁신 기업들이 미국 경제 효율성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 대책을 ‘관료주의적이고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시장경제에서 실패한 자는 패널티를 받는 게 당연하다. 패널티는 한정된 자원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빈 교수는 “이번 방침은 상당히 관료주의적이고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조선업과 중공업의 실패 부담을 왜 국민이 져야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히려 조선, 중공업 대기업, 그리고 이들에게 대출금을 내준 산업은행에게만 유리한 방침이라는 것.

■ 정부가 만든 어설픈 테두리로 자본시장 구조조정 어림없어

가장 시급한 문제는 ‘관치’가 심하다는 것이다. 은행들조차도 개척을 시도할 때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물며 PEF들은 더욱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빈 교수는 특히나 우리나라 사모펀드는 규제가 심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PEF들이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까지도 법에 갇혀있다. PEF의 유형도 투자 방식도 법으로 확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예로 든 건 미국의 사모펀드다. 미국 사모펀드는 대부분의 활동이 규제 밖이라 소수가 모여 자율적으로 계약하고 고위험 투자를 추구해도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다. 결성할 때 등록만 거치면 된다.

국내 PEF들이 선뜻 인수에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돈만 잃고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받을 수 는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미국계 IB의 경우 지난 20년간 기업평가를 주 업무로 시작해 리스크를 감당할만한 힘을 키워왔다. 이와는 달리 위탁매매와 자문에만 익숙한 국내 증권사들에게 IB업무를 다루고 심지어 외국까지 진출하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소리다.

그럼에도 빈기범 교수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같은 대형 헤지펀드와 국내 PEF의 규모 차이는 문제될 게 없다고 분석했다.

빈 교수는 “크기는 부차적인 문제다. 규모가 크고 작고를 떠나서 중요한 건 자본 수요자들의 리스크나 수익성을 감안해서 한정된 자본을 적재에 배분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크기에 개의치 않고 효율성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주장이 빛을 발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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