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뜬 맹인 `낯선 세상이 너무 불행`
눈을 뜬 맹인 `낯선 세상이 너무 불행`
  • 북데일리
  • 승인 2008.03.0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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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시력’을 얻게 되는 건 마냥 축복일까?

최근 출간된 <기꺼이 길을 잃어라>(열음사. 2008)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은가 보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 로버트 커슨이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를 취재한 작품. ‘에스콰이어’지에 ‘Into the Sight’란 제목으로 기고한 기사를 재구성했다.

세 살 때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 마이크 메이. 하지만 그는 시각장애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거칠 것 없는 삶을 살아왔다. 스키 챔피언, CIA 최초의 맹인 정보분석가, 발명가, 기업가, 또 한 가정의 어엿한 가장으로서 더 바랄 것 없는 만족한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어느 날 놀라운 제안을 받는다. 최신 기술의 줄기세포 이식 수술로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

책은 마이크가 40년 만에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뇌와 시각의 상관관계를 철저히 탐구한다. 본연의 업무를 잊고 있던 신경조직들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그로 인해 환자들이 보는 방식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찾고 설명한다.

수술 직후, 환자들은 움직임이나 색깔은 정확하게 감지했다. 그러나 눈으로 보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깊이감, 거리감, 공간 지각력이 떨어졌다. 만져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보기만 해서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환자들은 절망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빛과 색채라는 근사한 선물을 받은 환자들이 기뻐할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지금도 자꾸 울음이 나요. …앞을 보는 건 낯선 세상으로 가는 너무나 길고 불행한 여정이에요.”

책은 한순간에 모험을 기꺼이 감행한 마이크의 용기와 그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한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힘과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세상을 새로 보는 방법과, 인간의 의지가 어디까지 얼마나 주변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돌아볼 수 있다.

빛을 향해 나아가는 한 시각장애인의 지난한 여정을 좇아가며, 진정한 용기와 삶의 의미를 물은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화제를 모았다. 또한, 20세기 폭스 사에 영화 판권이 팔려 현재 영화로 제작 중에 있다.

“어디든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선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많은 시각장애인에게 그것은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메이에게 길을 잃는 경험은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전 호기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길을 잃을까봐 걱정하지 않아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니까요.’ 지팡이를 짚고 여행하는 게 어쩌면 그리 능숙하냐고 사람들이 물어오면 메이는 지팡이 덕이 아니라 자신의 호기심 덕분이라고 말했다.” - 본문 내용 중에서

[신기수 책전문기자 movie@popz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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