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 주인공은 사이코?
`악마는 프라다` 주인공은 사이코?
  • 북데일리
  • 승인 2008.03.0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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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북데일리]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를 보면 떠오르는 단어다. 패션계를 주름잡는 패션잡지의 편집장인 그녀는 모든 제멋대로다. 까다롭고 날카로우며 괴팍한 성격에 주변 사람들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또 다른 주인공 앤드리아(앤 해서웨이 분)가 미란다의 비서로 등장하면서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은 극에 달한다. 그녀에게 온갖 뒤치다꺼리를 시키는 것도 모자라 황당한 요구를 서슴지 않는다. 이를테면 출간도 안 된 해리포터를 구해오라거나, 기상 악화로 비행이 취소됐음에도 어떻게든 비행기를 구해오라고 소리친다. 정말 악마가 따로 없다.

정신과 전문의 이충헌은 이런 그녀를 두고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정신질환자라고 분석한다. 저서 <행복한 인간관계의 답이 숨어 있는 성격의 비밀>(더난출판. 2008)을 통해서다.

자기애성 성격을 가진 사람을 보통 나르시스트라고 부른다. 이들은 매우 오만하다.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어서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해온 일을 폄하하는 경우가 많다. 아랫사람을 공개적으로 면박 주는 경우도 흔하다.

착취 또한 기본이다. 항상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주변 사람을 부리려 든다. 이에 대해 자신은 의식하지 못한다. 상대방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이해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

대체 왜 그럴까.

저자는 열등감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는 “나르시스트의 오만한 태도는 불완전함이 들통 나지 않도록 감싸주는 보호벽 역할일 뿐”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불완전함이란 다른 사랑을 사랑할 수 없음을 뜻한다. 그들은 온통 에너지가 자신에게만 쏠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 못한다. 이는 한 없이 낮은 공감 능력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배려가 없고 자신을 위해 남을 이용하려 든다. 그것도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이런 자기애성 성격은 유아기 때 문제가 있으면 형성된다. 어린 시절 아이의 리비도(에너지)는 온통 자신에게 향한다. 배고픈 욕구는 엄마가 즉시 해결해주고, 처음 만나는 세상은 마치 자신이 창조한 양 신기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늘 그럴 수만은 없다.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는 경험을 하면서 아이들은 타인의 존재를 깨닫는다. 이때부터 자신에게만 향하던 에너지가 밖을 향하게 된다. 자기애적 상태가 깨지는 것이다.

이때부터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는 좌절을 경험하지만 부모의 공감 어린 행동이 있어 좌절이 불러온 상처를 회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건강한 자존심이 만들어진다.

반면 냉담하고 무관심한 부모가 아이의 좌절을 돌보지 않으면 자기애성 경향이 생긴다. 그러면 성인이 되도 주변의 인정과 칭찬을 지나치게 요구하게 된다. 나르시스트가 되는 것이다.

책은 이 외의 다양한 정신질환을 소개한다. 전문적인 용어가 자주 등장하지만 이해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영화와 실제 치료 경험을 통한 사례 분석, 쉬운 문장과 코믹한 일러스트를 활용한 구성 덕이다.

단, ‘행복한 인간관계의 답이 숨어있는’이라는 제목은 실제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있는 비법을 ‘대인관계를 위한 기술’이라고 각 장마다 따로 정리를 했지만, 그 양은 1장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답은 꽁꽁 `숨어있는‘ 것.

뒤표지에 “사이코 같은 주변 사람 때문에 속 끓이고 있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며 실용적 성격을 강조했는데, 이 역시 같은 이유로 과장이라 볼 수 있다.

(사진=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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