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엔♪이음악]⑧고독이 낳은 시와 재즈
[이책엔♪이음악]⑧고독이 낳은 시와 재즈
  • 북데일리
  • 승인 2008.03.0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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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유고(遺稿)시집. 고인이 남긴 시를 엮은 시집을 말합니다. 지난해 2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조영관 시인의 유고시집 <먼지가 부르는 차돌멩이의 노래>(실천문학사. 2008)가 나왔습니다.

그는 많이 알려진 시인이 아닙니다. 2002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지만, 시집 한 권을 내지 않았습니다. 1986년 건설 일용 노동자와 용접공 생활을 하면서 노동운동현장에서 더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인 셈입니다.

시집에는 노동현장과 개인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로 가득합니다. 분노, 후회, 아쉬움, 그리움과 같은 감정이 쏟아집니다. 그 근원에는 고독이 자리합니다.

“어찌 바다와 철책으로/ 가로막혀야만 섬일 것이냐/ 안개 속에서는 누구나 하나의 외로운 섬이다”

수록작 ‘안개의 숲’에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시인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잘 표현한 구절이죠. 안개는 팍팍한 삶과 사회의 부조리를, 외로운 섬은 그 안에 고립된 개인을 뜻합니다.

때문에 시인의 감정은 요동칩니다. 가끔은 그 감정을 직접적으로 강하게 표출하기도 합니다.

“비애가 낯설었던 시간들도 우리에게 분명 있었건만/ 너를 보내는 오늘은 참 슬프고 저리고/ 이, 렇, 게, 적, 막, 하, 구, 나” (‘천막과 알전구와 붉은 거미 때와’ 중에서)

“한 세월을 살아놓고도/ 나는 사랑 그 의미를 잘 모르겠다/ 이런 날이 올 줄 모르고 너를 욕심내지 않고/ 살아왔던 것이 후회스럽다” (‘겨울 국밥집에서’ 중에서)

읽고나면 착잡해지는 시집입니다. 시인은 물론 그가 바라본 노동자들 저마다가 품고 있는 고독을 날 것 그대로 받아내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이런 고독과 적막감이 생생히 느껴지는 음반이 있습니다. 트럼펫 연주자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의 Kind Of Blue입니다. 1959년에 선을 보였죠.

이 앨범은 재즈 명반을 꼽을 때 반드시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선율 중심의 모드 기법을 도입해 재즈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멤버 구성은 화려합니다. 알토 색스폰에 캐논볼 애덜리(Cannonball Adderly), 테너 색스폰에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피아노에 빌 에반스(Bill Evans), 베이스에 (Paul Chambers) 등 당시 날고 긴다던 연주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음악은 차갑습니다. 특히 트럼펫이 그렇습니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뮤트 주법(트럼펫의 출구에 뮤트라는 장치를 끼워 날카롭고 긴장된 소리를 내는 연주법) 때문이죠. 신경질적으로 울리는 소리가 고적합니다.

물론 이따금씩 색스폰과 피아노가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깊은 새벽을 떠올리게 합니다.

조영관 시인도 마일즈 데이비스도 이제는 세상에 없습니다. 오직 그들이 남긴 작품들로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더 마음 속 깊숙이 파고 들어옵니다. 세상을 향해 토해낸 절절한 감정이 말입니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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