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녀의 고급진 말싸움... 엄마 글/ 딸 그림<불량엄마의 생물학적 잔소리>
[신간] 모녀의 고급진 말싸움... 엄마 글/ 딸 그림<불량엄마의 생물학적 잔소리>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5.16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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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엄마의 생물학적 잔소리> 송경화 지음 | 홍영진 그림 | 궁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이토록 고급진 말싸움이 또 있을까. 사춘기 딸과 과학자 엄마의 말싸움 수준이 남다르다. 이어지는 과학적 설명은 지루할 틈이 없는 살아 있는 수업이다. <불량엄마의 생물학적 잔소리>(궁리.2016)에 등장하는 모녀의 말싸움을 보자.

“내가 좋아하는 햄에도, 돈가스에도 원시대기의 구성성분이 다 들어 있다고. 그리고 탄수화물은 동물세포를 구성하는 데 많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왜 밥은 이렇게 많이 주는 거야? 내가 소야, 왜 다 풀이야?” (137쪽)

햄과 소시지가 없는 상차림에 사춘기 딸의 밥상머리 투정이다. 과학자의 딸답다. 엄마는 어떻게 반격했을까.

엄마는 날 선 투정을 해봐야 소용없다고 말하며 당근을 품은 달걀말이의 유익함을 전문가답게 그리고 엄마답게 지식을 곁들여 우아한 설명으로 말문을 막는다.

당근의 황색은 카로틴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바로 비타민 A가 되는데 카로틴은 기름에 잘 녹아 볶아서 먹어야 흡수가 잘 된다. 기름에 부치는 달걀말이와 당근은 환상의 조합이라는 말이다. 비타민 A는 시력을 위해 필요하고 피부와 점막을 형성하고 기능을 유지한다는 설명을 이어간다. 뻔한 설명이라 느껴질 즈음 사춘기 딸이 바로 달걀말이를 집어 들 돌직구 한 마디를 덧붙였다.

“비타민 A가 없으면 밤에 잘 안 보이는 야맹증이 생기고 점막을 형성하는 세포가 파괴되어 안구건조증이 되기도 하고 심하면 실명해. 그것만 있는 줄 알아? 너의 윤기 좌르르 흐르는 피부도 망가져서 푸석푸석해져.” (143쪽) 일부 수정.

책은 이학박사인 저자가 사춘기 딸과 겪은 일상을 생물학 내용과 접목한 책이다. 잔소리 같은 말투에 질릴 법 하지만, “넌 왜 여자니?” “넌 왜 아파야만 하니?” “그래 봐야 넌 나의 후손이야!” 등 대화를 이어가는 질문은 교과서 내용과 일상을 연결하는 요소다.

온갖 물건이 널브러진 방을 보며 점점 오르는 혈압으로 힘겨운 학부모라면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에 동질감을 느끼고,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들은 생물이 외우는 과목이 아니라는 점을 경험해 볼 수 있겠다. 엄마가 쓰고 사춘기 딸이 그림을 그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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