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사라진다? 돌출 주장 논란
노조가 사라진다? 돌출 주장 논란
  • 북데일리
  • 승인 2008.02.26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조가 사라진다. 노조는 앞으로 커다란 위기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사라질 가능성도 크다”

[북데일리] 박영숙 주한호주대사관 공보실장이 저서 <당신의 성공을 위한 미래뉴스>(도솔. 2008)를 통해 돌발 주장을 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예민한 논지에 비해 근거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저자는 ▲전문직들은 노조 가입을 꺼린다 ▲서비스산업은 이직이 잦아 노동자들이 함께 모일 시간이 없어 노조 가입을 안 한다 ▲ 외국인 노동자들은 늘어나는데 그들은 노조 가입을 원치 않는다 ▲여성노동자는 증가하는데 그들 역시 노조를 기피 한다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문제는 여기에 대한 단 한 마디 부연설명이나 구체적 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사실을 왜곡한 부분도 있다.

특히 전문직들의 노조 가입에 대한 내용이 그렇다. 2005년 ‘한경비즈니스’ 제571호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문직 노조는 사라지기는커녕 확산되고 있다. 핵물리학자, 심리학자, 판사 등 전문직 종사들이 노조 결성 및 가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

이 중 전미연구원노조의 경우 2005년 현재 200여명에 이르는데, 이는 3년 전과 비교해 두 배나 늘어난 수다. 또한 당시 뉴욕의 약 3200명의 심리치료사들이 전국교직원협회에 대거 노조가입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런 현상에 대해 “미 노동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문직 종사자들도 직업 안정성에 많은 걱정을 하는 시대가 돼 노조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을 원치 않는다는 점 역시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차별과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서울고법이 불법체류자의 노조 설립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모일 시간이 없어 노조 결성을 못할 거라는 주장도 의문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서비스업노동자국제연맹이 160만 명의 노조원과 함께 활동 중이다. 또 저자의 말처럼 이직이 잦다면 종사자들의 권익 문제가 대두돼 노조 결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반대의 추론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현재 가장 각광받는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경우 노조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는 월마트가 2006년 처음 노조를 설립한 이래 까르푸, 맥도날드, 모토로라 등 다른 외자기업들의 노조 결성률이 증가는 추세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올 연말까지 외자기업 80%이상이 노동조합을 조직하며, 여기에는 약 700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합류할 예정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을 간과한 채 저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노조 가입 인구가 10% 이하로 떨어질 것이며, 한국만 노조활동이 활화산이지만 5년 이내에 노조는 사라질 것이다”라는 확신에 찬 주장을 편다.

오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책은 다양한 측면에서 미래사회를 예상한다. 문제는 근거다. 저자는 수많은 주장을 하지만 이를 뒷받침 해주는 근거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완벽한 음성인식기가 나오는 2018년에는 읽는 뉴스가 사라지고 움직이면서 듣는 뉴스가 주도한다고 한다.”

“~한다고 한다”는 누군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표현이다. 도대체 누가 그랬을까. 독자는 궁금하다. 혹시나 싶어 뒷장을 살펴봐도 참고문헌 따위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런 구절도 있다.

“미래사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앓게 되며, 항우울제 처방으로 의욕을 잃고 사랑도 귀찮아져서 성욕마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도 “~할 것이라고 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역시 어떤 자료가 바탕이 됐는지 알 길이 없다. 암울한 미래를 그린 영화 ‘인간의 자식‘의 스토리를 예로 들었지만, 감독의 상상으로 만든 영화가 이런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서문을 통해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수백억의 돈을 들여서 마련된 ‘국가미래보고서 2020, 2025’를 기초로 한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최고의, 거의 모든 분야 학자들의 생각을 종합한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 문서의 출처가 어디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어지는 서문은 다음과 같다.

"그 학자들의 이름만 다 써도 책 한 권을 다 채울지 모른다. 이 책의 내용이 다른 ‘미래학’ 또는 ‘미래예측’을 다룬 책의 내용과 다른 점이 그것이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학문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맞이할 미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