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맞수 때론 동지 `알콩달콩 형제`
때론 맞수 때론 동지 `알콩달콩 형제`
  • 북데일리
  • 승인 2008.02.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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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형제란 동생이 태어난 그 순간부터 라이벌이다. 동시에 피를 나눈 동지이기도 하다. 대게의 경우 평화로운 시기에는 라이벌로, 위기의 순간에는 동지로 지낸다.

<동생이 뚝 태어났어>(2008. 시공주니어)는 그들의 관계를 압축해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미리 허락도 안 받고 태어난 동생. 어느틈에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시끄럽고 많이 먹어대는 미운녀석인데 싸우기만 하면 엄마는 동생 편이다. 귀찮은 그 녀석을 놀이터까지 달고 가라니. 엄마도 참 너무한다.

헌데 큰일 났다. 갑자기 나타난 우리동네 골목대장이 힘자랑을 하는 것이다. 혼자서는 역부족인 상황. 아 그런데 통쾌한 반전이 있다. 동생이 그 녀석의 팔뚝을 꽉 깨물었던 것. 이들은 그리하여 처음으로 어깨동무를 한다. 물론 손들고 벌서는 것도 함께였지만 말이다.

위기의 순간 빛나는 그들의 동지애는 학전의 어린이 무대 <고추장 떡볶이>에서도 만날 수 있다. 엄마의 급성맹장수술로 오롯이 둘만 남겨진 형제. 초등학교 4학년 비룡과 유치원생 백호는 처음 만나는 자유가 생경하다.

저녁때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컴퓨터 게임을 실컷해보는 건 기본. 냉장고도 마음껏 뒤지고 씽크대 위도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다. 작은 이모가 오면 꺼내라 했던 냉장고 위의 비상금으로 패스트푸드도 잔뜩 사다먹었다.

하지만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유치원생 동생의 등하교길은 힘들기만 하고 옷 갈아입는 것도 번거롭다. 밖에서 누가 문이라도 두드리면 덜컥 겁부터 나는 것도 문제. 게다가 느끼한 음식 사먹느라 돈을 다 썼더니 속은 아프고 배는 고프다.

커튼에 케첩 쏘고 음식에 치약 넣는 말썽쟁이 백호. 형은 그런 동생을 구박하다가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니 꿀밤 맞을 각오로 외상 아이스크림도 가져온다.

그래도 아이스크림으로 허기를 달랠 수는 없는 법. 결국 다시 냉장고를 뒤지는 이들. 이것저것 발견하다 결정한 것이 떡볶이. 일단 빨간 것은 다 모은다. 고추장, 고춧가루, 딸기잼, 케첩. 모두 넣고 달달 끓이면 OK. 윽. 헌데 너무 맵다.

결국 만들어 둔 고추장 떡볶이는 모두 버리지만 퇴원하는 엄마를 위해 궁중떡볶이를 다시 만들기로 결심한 형제. 백호는 인터넷 레시피를 열심히 읽어주고 비룡은 조리한다. 이들의 멋진 의기투합에 의해 탄생한 맛있는 궁중떡볶이는 엄마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알파걸에 밀려 아들이 기를 못 펴는 요즘. 딸이 없으면 비행기도 타기 힘들다는 세상에 아들만이 가지고 있는 투덕투덕한 매력을 느껴보자. 섬세하지 못하면 어떤가? 그들에게도 보기만 해도 흐뭇한 예쁜 구석이 있으니 말이다.

(사진제공 = 학전블루)

[신주연 동화전문기자 snow_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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