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본 ‘식물학의 날’은 한 남자의 생일
[신간] 일본 ‘식물학의 날’은 한 남자의 생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5.04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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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식물> 마키노 도미타로 지음 | 안은미 옮김 | 신현철 감수 | 한빛비즈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일본은 마키노 도미타로라는 한 남자의 생일을 기념일로 삼았다. 매년 4월 24일 ‘식물학의 날’이다. 왜 그날을 식물학의 날로 기념할까. 그가 일본 식물학계에 대단한 족적을 남긴 식물학의 거장이기 때문이다.

식물 에세이 <하루 한 식물>(한빛비즈.2016)에 따르면 그는 1880년대부터 일본 전국에 걸쳐 식물채집을 시작했다.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이었지만 그의 열정은 어느 식물학자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다. 그가 표본 자료를 수집하고 이름을 붙인 식물만 무려 40만 점에 달한다.

더 놀라운 점은 그의 학력이 초등학고 중퇴라는 점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발표된 식물 학명을 모두 수록한 국제식물명색인에서 학명 발표자로 ‘마키노’를 검색하면 2천3백 77개의 학명이 나열된다. 독학으로 식물학을 연구해 이뤄낸 결과다. 한 식물학자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식물을 향한 그의 애정은 “세상에 잡초라는 이름의 식물은 없다.”라는 한 마디에 응축되어 있다.

책은 그가 남긴 독특한 기록물이다. 100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식물을 관찰하고 연구해 기록한 식물 탐구 일기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느낌도 있다. 식물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어원과 얽힌 일화, 고서의 기록 등 세세한 정보가 담겨서다.

하지만 이와 함께 느껴지는 피로도도 상당하다. 식물학계의 입지적 인물답게 중국의 영향으로 식물 이름을 한자말로 불러 식물의 본질이 왜곡된 채 받아들이는 현실을 개탄하는 부분은 흡사 꾸지람에 가깝다. 식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감흥이 적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도 그간 잘못 생각해왔던 통념을 바로 잡는 부분은 지식의 층위에서 충분한 값을 치른다. 이를테면 향일화(向日花)라 불리는 해바라기의 경우 그 이름은 꽃이 해를 따라 움직인다는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사실 해바라기는 해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꽃이 아직 피기 전, 어린 가지에 앳된 꽃봉오리가 막 달렸을 때는 우듬지가 해 있는 쪽으로 살짝 기울뿐이다. 이처럼 빛을 향해 굽는 성질을 향일성이라고 하는데 다른 식물에서도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식물에 관심 있는 사람과 전공자라면 즐겁게 볼법한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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