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료 깎아줄 테니 아이 낳으라?..보여주기식 정책성 보험 이제 ‘그만’
[기자수첩] 보험료 깎아줄 테니 아이 낳으라?..보여주기식 정책성 보험 이제 ‘그만’
  • 주가영 기자
  • 승인 2016.04.20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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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몇 만원 그것도 달랑 1년 혜택 실효성 의문..자전거·난임보험 등 실패 되풀이 개연성 높아
▲ 자동차보험 관련 불합리한 관행 개선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는 금융감독원 권순찬 부원장보 (사진=금융감독원)

[화이트페이퍼=주가영 기자] 출산장려를 한답시고 다둥이 가정의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특약이 등장할 상황이다.

지난 18일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 관련 불합리한 관행 개선방안을 발표, 연내에 ‘다둥이 특약’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19일 동부화재는 ‘황급히’ 올해 하반기 중 다자녀 우대 특약(가칭)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부응했다. 듣자하니 "동부화재가 개발 중인 것을 금감원이 가로 챈 꼴"이란 이야기다.

그렇다고 동부화재가 내놓겠다는 ‘다자녀 우대 특약’이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다자녀 우대 특약 가입대상은 자녀가 2명 이상으로서 자녀 중 1명이 12개월 이하(태아 포함)여야 한다. 약 5%의 할인율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보험은 1년 만기의 단기 상품이다. 달랑 1년. 태아 포함이라고 해도 겨우 2년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되겠다.

자녀가 있으면 다른 가입자들에 비해 안전운전을 하게 돼 자동차사고 위험이 낮다는 믿음이 특약 개발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하지만 '사고라는 것이 나만 조심한다고 될 일인가?'라는 기본적은 물음을 간과했다.

시장조사와 해외 벤치마킹 등으로 개발하게 된 특약이라는데 결국 다자녀 우대 특약은 ‘허울뿐인’ 정책성 보험으로 전락할 징후가 벌써부터 역력하다.

금감원이 이 같은 특약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손보업계는 의구심을 잔뜩 품었다. 역시나 다둥이 특약은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리스크헤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 통계로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느냐를 떠나서 진정 소비자를 위한 보험이라기보다는 '출산축하금'이 하나 더 늘어난 모양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다둥이 가정의 경우 오히려 사고가 나면 더 많은 피해가 있을 텐데 사고위험도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은데 달갑지 않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아직 세부적인 것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업계와 협의해 ‘괜찮은’ 특약을 만들겠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겨우 몇 만원 보험료 할인받겠다고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발상부터가 의아하다.

정부는 보험료도 할인해 줄 테니 아이를 낳아라가 아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라부터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밀어낸 금융상품은 그리 오래지 않아 소용없다는 사실이 들통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앞서 출시됐던 자전거, 녹색자동차, 4대악, 난임보험 등의 사례에는 관심도 없어 보인다. 어차피 여러 번 했던 실패, 또 해도 그만이란 무사안일한 생각인 것인지 이해하기 정말 어렵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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