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엔♪이음악]⑦詩, 피아노, 차 한잔
[이책엔♪이음악]⑦詩, 피아노, 차 한잔
  • 북데일리
  • 승인 2008.02.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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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얼마 전 시집을 읽었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2008)라는 시집이었죠. 지난달 출간된 뜨끈뜨끈한 신작입니다.

간만에 왈칵 눈물을 쏟았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아마 사람 냄새가 나서 그랬지 싶습니다.

시인의 ‘말‘은 단순히 ’말’이 아니었습니다. 숨결과 정(情)이 느껴지는 생명체였습니다. 그저 가만히 일상을 쓰다듬는 손길이 따뜻했습니다. 삶의 소소한 부분을 지긋이 바라보는 눈길은 정겨웠었죠. 가슴에 안기는 한 줄 한 줄이 포근했습니다.

특히 음식을 소재로 한 2부가 그랬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먹을거리며 모르는 시절의 이야기도 많았지만, 눈앞에 그려지는 풍경이 아늑했습니다. 부모님과 어린시절에 대한 추억이 둥실 떠올라 마음이 아렸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시를 찾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팍팍한 생활에서 꽁꽁 싸매둔 감성을 건드려주는 무언가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러고 보면 시인은 고마운 존재입니다. 삭막한 현대사회의 오아시스와 같은.

이번에는 이런 시인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빌 에반스(Bill Evans)를요.

1929년생인 그는 피아니스트 버드 파웰(Bud Powell)과 함께 모던 재즈를 이끈 연주자입니다. 50~60년대 왕성한 활동을 하며 여러 음반을 냈었죠.

이 중 61년 발표한 <Waltz For Debby>는 소위 명반으로 꼽히는 앨범입니다. 61년 6월 25일 빌리지 뱅가드 실황을 녹음한 작품으로 당시 공연은 <Waltz For Debby>와 <Sunday at the Village Vanguard> 두 장으로 나눠 소개됐습니다.

앨범에 실린 곡들은 서정의 극치라 할 만큼 낭만적입니다. 명확한 주선율은 재즈 초보자도 안심하고 들을 수 있죠. 부드러운 터치는 온 몸으로 적셔드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괜히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칭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곡은 앨범 제목과 같은 Waltz For Debby입니다. 3박자의 통통 튀는 리듬과 ‘정말 예쁜’ 멜로디가 인상적인 음악이죠. 여기서 Debby는 그의 조카라고 합니다.

오늘 밤은 시집 한 권과 함께 하는 건 어떨까요. 시적인 피아노 연주를 곁들여서요. 일에 치이고, 현실에 짓눌려 메말랐던 감성이 살아날지도 모릅니다. 물론 꼭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시인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사실만으로도 멋진 일이니까요.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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