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왼쪽만 가는 여자, 오른쪽만 가는 남자' 둘은 만날 수 있을까
[신간] '왼쪽만 가는 여자, 오른쪽만 가는 남자' 둘은 만날 수 있을까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4.07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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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지미 리아오 지음 | 이지수 옮김 | 리틀빅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유난히 추운 겨울날, 여자는 우울함에 자꾸 눈물이 났다. 그녀는 교외의 한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외출할 때는 어디로 가든 늘 왼쪽으로 가는 습관이 있다. 여자는 비극적인 소설을 번역하고 있다. 그녀는 세상이 어둡고 슬프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종종 사는 게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느낀다.

한 남자가 있다. 그도 여자처럼 교외의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외출할 때면 어디로 가든 늘 오른쪽으로 간다. 남자와 여자는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남자는 가끔 공허함과 무력감에 빠진다. 그는 형편이 좋지 않다. 가끔 부업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하루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그들은 같은 곳에 살면서도 한 번도 마주치지 않는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12월의 어느 날 두 사람은 공원의 분수 앞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들은 마치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연인들처럼 즐겁고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해질 무렵 갑자기 큰 비가 쏟아져 둘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급히 헤어진다.

남자는 오른쪽으로, 여자는 왼쪽으로 뛰어갔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서로를 생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왔다. 여자는 남자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끝내 전화는 오지 않는다. 전화번호가 빗물에 젖어 번져버렸기 때문이다.

외로웠던 두 사람이 만나 잠시 행복했던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또 다시 봄이 왔다. 둘은 서로의 생각이 떠나질 않지만 이제는 만났던 기억조차 희미해진다. 둘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른을 위한 그림책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리틀빅. 2016)는 1999년 처음 출판 된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었고, 영화와 TV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책은 혼잡한 사람들 속에서 문득 문득 외로움을 느끼는 우리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사랑할 때 우리는 얼마나 가슴 설레며 행복한지, 뜻밖의 이별이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다주는지를 이야기한다.

짧고 단순한 줄거리의 책이 수채화풍의 아름다운 그림과 어우러져 안타까움과 가슴 뭉클함을 자아낸다. 작가 지미 리아오는 <허그hug>라는 책을 통해 사자와 어린 소년 사이의 우정어린 포옹으로 감동을 준바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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