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감동 어우러진 북콘서트 현장
웃음과 감동 어우러진 북콘서트 현장
  • 북데일리
  • 승인 2008.01.3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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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바램이요? ‘김사인 만큼은 된다‘라는 말을 들으면 좋겠네요.“

[북데일리] 안도현 시인의 농에 선배 김사인 시인은 빙그레 웃었다. 이를 지켜보던 좌중은 폭소를 터트렸다. 29일 저녁 7시 30분 홍대 앞 상상마당. 평화방송, 인터넷서점 알라딘, (주)창비가 주최한 북콘서트가 열렸다.

4년 만에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창비. 2008)로 돌아온 안도현과 무려 19년 만에 두 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을 낸 김사인을 위한 자리였다.

2시간에 걸쳐 이어진 행사에서 두 작가는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했다.

김사인은 진행자 박용환 아나운서의 “오래간만에 시집을 냈다”라는 말에 “앞으로는 노력해서 적어도 15년 후에는 내도록 해 보겠다”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해설이 길다”라는 질문에는 “글자 수를 따지면 해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며 “공저자권을 주장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라고 받았다. 곳곳에서 박장대소가 터졌다.

안도현은 “올해 계획이 30분은 걷자 였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못하고 있다”며 숨겨둔 게으름을 고백했다.

이어 한 독자는 “시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안도현은 “라면을 잘 끓여야 한다”는 뜬금없는 답을 내놨다. 알고 보니 의미심장한 뜻이 숨어 있었다. ‘라면’이란 삶의 경험과 사유를, ‘잘 끓여야 한다’는 이를 잘 버무릴 줄 알아야 한다는 표현이었다.

잔잔한 감동의 시간도 가졌다. 특히 시인의 낭독 부분이 그랬다.

김사인은 시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를 낭송한 후 “산골에서 어렵게 자란 누이들이 생각나서 썼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도현은 ‘예천 태평추’를 낭송하며 음식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 했다. 진행자는 “음식을 소재로 한 시에서 침이 아닌 눈물이 고인다”며 감동을 표했다.

한편 인디밴드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와 발라드 가수 리사가 함께 해 행사의 재미를 더했다. 아름다운 음악과 시의 운율이 겹쳐진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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