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외국판 장녹수 왕의 여자
[책속의 지식] 외국판 장녹수 왕의 여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3.25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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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 KBS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 제작팀 외 지음 | 휴머니스트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무소불위 절대 권력의 자리에 선 왕조차 쥐락펴락한 인물들이 있다. 바로 치명적인 왕의 여자들이다. 조선시대는 연산군의 여자 장녹수가 있었다면 서양에는 바바라 파머라는 팜므 파탈이 있었다. 그녀의 별명이 ‘영국의 저주’라 붙을 만큼 왕을 손안에 넣고 주물렀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견주어 보는 <글로벌 한국사, 그날 세계는>(휴머니스트.2016)에 따르면 그녀는 장녹수와 버금가는 절대 권력을 거머쥔 여인이었다. 17세기 잉글랜드 왕 찰스 2세는 공인된 정부만 50명이나 될 정도로 막강한 여성 편력을 자랑했다. 그런 찰스 2세를 휘어잡은 여자가 바로 바바라 파머였다.

본래 그녀는 유부녀였지만 미혼인 찰스 2세의 눈에 띈 이후 왕이 죽는 순간까지 퍼스트레이디로서 자리를 지켰다. 비록 정식 왕비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녀의 말 한마디에 갓시집 온 포르투갈 왕녀는 철저하게 뒷전으로 밀려났다.

왕도 절절매기는 마찬가지. 왕이 조금이라도 맘에 안 들면 궁을 나가버리고 왕이 찾아와 사과할 때까지 버텼다. 심지어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도 왕의 무릎을 꿇렸을 정도로 대단했다.

세월이 흘러 젊은 정부가 등장하는 위기의 순간에도 그녀의 권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궁중이 젊은 정부 파와 바바라 파머 파로 나뉘어 팽팽한 맞수 구도를 이뤘을 때, 어머니뻘인 바바라와 딸뻘인 젊은 정부가 돈독한 사이로 바뀌며 판세는 역전됐다. 떠오르는 별이 될 뻔했던 정부가 대결 구도에서 조용히 사라진 것. 그만큼 바바라의 정치·권력 수완은 탁월한 경지였다.

하지만 그녀의 말년은 참수형을 당했던 장녹수와 다르지 않았다. 찰스 2세가 죽고 도박과 사치라는 고질적 버릇 탓에 전 재산을 탕진해 빈털터리가 됐지만 빚을 갚아줄 왕은 죽고 없었다. 결국 생계를 위해 또다시 재혼했지만, 재혼남의 폭력 속에서 부종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열흘 붉은 꽃은 없다. 권세나 세력은 오래 가지 않는다. 자신이 거머쥔 권력이든 남을 등에 업고 얻은 권력이든, 권력을 무기로 휘두른 폭정 끝에 기다리는 것은 비참한 말로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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