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작가가 쓴 아름다운 동화
난독증 작가가 쓴 아름다운 동화
  • 북데일리
  • 승인 2008.01.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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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동화는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주기에 아름답다. 어린이들은 많은 것들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환경으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살아남기 위해 방어 본능을 키워야 한다.

자라면서는 자연스레 부모에게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이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사랑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자유를 구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는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

결국은 하지 말라는 부모의 말에 순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하지 못하는 것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원초적 자유를 추구하게 되면, 버릇없는 아이로 매도되고, 더 강한 제재를 받게 된다.

어린이들은 어쩔 수 없이 자유 대신 안주를 위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은 어린이들의 자유로운 꿈을 키우기 어렵게 된다. 꿈은커녕 상상의 자유마저 제한 받게 되는 것이다.

자유를 포기하는 대신 세상에 길들여져 버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이는 상상하는 자체를 포기한다는 것을 뜻한다. 겉으로는 표출할 수 없게 됨으로 안으로만 감추게 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하게 되면 상상의 즐거움을 알 수 없게 된다. 환상의 화려한 세계를 잊는다는 것은 꿈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거기서 바로 동화의 역할이 강조된다. 잃어버린 꿈과 모험을 되찾게 해주는 것이 바로 동화이다.

동화의 판타지 세상은 영혼을 구속하고 억제하는 모든 힘을 단 한 방에 제거해버린다. 무엇이든창조해내고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판타지는 환상으로 끝나지 않고 어린이들의 무궁한 잠재 능력에 의해 꿈으로 발전될 수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이에 아름다운 동화 샐리 가드너의 <코리엔더 1, 2>(웅진주니어. 2006)를 추천한다. 작가 지은이 샐리(Sally Gardner)는 난독 증 환자란다. 열네 살이 될 때까지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였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상적인 두뇌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난독 증으로 겪었을 고통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병으로 체험한 아픔이 그대로 환상의 세상으로 확장되었다는 추측할 수 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고통이 혼자만의 세상을 구축하였을 것이고 그 것이 폐쇄적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독특한 판타지 세계로 발전된 것이리라.

관점을 달리하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부정적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 절망뿐이지만, 아무리 힘들고 헤쳐 나가기 어려운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희망의 세상으로 바뀔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두 권으로 이뤄진 장편이다. 이런 분량을 한꺼번에 읽기에는 아무래도 지루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읽기 시작하니 시간 가는 것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잠시도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 있게 사건이 이어졌다. 판타지의 장점은 모두 가지고 있다. 현실이 아니라는 생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더군다나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은 역사와 결부시켰다는 점이다.

시민혁명을 일으킨 크롬웰과 찰스 1 세 사이의 갈등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판타지의 세계를 펼쳐감으로서 독자들에게 판타지라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절묘함이 있다. 지은이의 탁월한 능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난독 증이란 병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밖에는 달리 볼 수 없다. 만약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상상력을 창조해내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놀림을 당하면서도 좌절하지 않았고 장애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다니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지은이의 강한 의지가 이런 아름다운 글을 써낼 수 있게 하였을 것이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판타지의 세상을 생각으로 끝내지 않고 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남다른 재능을 가직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해낼 수 있는 능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무궁무진하고 흥미진진한 상상의 세계는 펼쳐내고 있어 독자들을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동화이다.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것은 3 박자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역사와 판타지 그리고 사랑이 서로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발상의 전환은 우리 어린이들의 사고력을 신장시키는 아주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은 양면성을 갖는다. 선과 악, 현실과 이상세계, 좋은 면과 나쁜 면 등 이중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은빛 거울을 통해 현실 세상과 이면의 세상을 나누고 이 두 세상을 종횡무진 하면서 사건을 해결해가는 코리엔더의 활약은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에 아주 충분하다.

흑백 논리에 젖어드는 한계를 극복하는 좋은 동화이다. 어린이들의 감성에 단비가 되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조금은 엉뚱한 생각도 어린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좋은 요소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컴퓨터 게임보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니, 어린이도 분명 좋아할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단,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건의 전개가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것. 3년 이란 시간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궤에 가둬졌는데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대목이 현실감을 떨어뜨리게 한다. 이는 판타지 동화의 도구이니 인정해주면 되는 일이다.

조금 만 더 현실적으로 처리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판타지라는 이야기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큰 문제는 없다.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된 좀 더 발전된 동화에 접한다면 분명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기상 시민기자 kees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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