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엿 먹어라”... 우리말나들이
[책속의 지식] “엿 먹어라”... 우리말나들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3.24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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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가 노가리를 까니, 북어냐 동태냐> 권오길 지음 | 지성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속담부터 관용어까지 우리말의 맛깔스러움은 아는 사람만 안다. <명태가 노가리를 까니, 북어냐 동태냐>(지성사.2016)에 ‘엿’과 관련된 우리말이 가진 재미를 보여주는 대목이 있어 소개한다. 엿과 관련된 말이 얼마나 있을까 싶겠지만 의외로 많다.

속된 말이지만 “엿 먹어라”는 남을 은근히 골탕먹이거나 속여 넘길 때 쓰는 말이다. “엿 같네”는 마음에 안 차거나 배알이 꼴릴 때 쓰는 말이다. 두 가지만 안다면 우리말 하수다. 우리말에는 본래 탁월한 비유로 상황을 드러내는 말맛이 남다르다.

이를테면 “엿을 물고 개잘량에 엎드러졌다”는 털이 많은 사람을 놀림조로 쓰는 말이다. ‘개잘량’은 털이 붙어 있는 채로 무두질한 개가죽을 말한다. 끈적한 엿을 물고 털가죽 위에 엎드렸으니 털이 낭창 하게 묻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장옷 쓰고 엿 먹기”는 겉으로 점잖고 얌전한 체하면서 남이 보지 않는 데서는 딴짓함을 이른다. 여기서 ‘장옷’이란 옛날 여인들이 나들이할 때 얼굴을 가리기위해 머리부터 길게 내려 쓰던 옷이다.

“이불 밑에 엿 묻었나” “솥뚜껑에 엿을 놓았나” “화롯가에 엿을 붙이고 왔나”는 집에 빨리 돌아가려고 몹시 서두르는 사람의 행동을 이르는 말이고, “곶감 죽을 먹고 엿목판에 엎드러졌다”는 잇따라 먹을 복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우리말에 깃든 유머가 재미나다. 여기까진 아니더라도 ‘엿’의 성질을 빗댄 다음 말을 안다면 우리말 중수 정도는 되겠다.

“기차선로가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엿가락 영업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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