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책] 만화가 강모림 "내 청춘의 책 `69`"
[오늘은 이책] 만화가 강모림 "내 청춘의 책 `69`"
  • 북데일리
  • 승인 2008.01.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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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최근 개봉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는 10대, 20대, 4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디테일하게 담아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인기 만화가 강모림의 <10. 20 그리고 30>이다.

영화를 본 원작자의 소감은 어떨까. 그녀는 “내가 그렸던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사뭇 다른 인물이며 작품의 의도 또한 많이 다르다”며 “그런데도 영화 포스터나 홍보자료 등에서 서로 다른 두 작품의 이미지가 굉장히 흡사한 것에 놀랐다”고 평가했다. 만화와는 또 다른 한편의 영화가 탄생해 대중의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이 나쁘지는 않은 눈치다.

강모림은 1990년대 카툰 만화의 선구자로 평가되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개성 있는 그림과 톡톡 튀는 대사 그리고 수준 높은 유머가 돋보인다. ‘순정만화’ 혹은 ‘명랑만화’로 양분되던 만화계에서 처음으로 ‘개그체’를 성공시키며 소소한 일상의 재미들을 탁월한 솜씨를 맛깔스럽게 그려내는 만화가다.

앞서 언급한 <10, 20 그리고 30>을 비롯 <샴페인 골드>, <여왕님 여왕님>, <재즈 플래닛> 등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고, 1998년 한국만화대상 ‘저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91년부터 2002년까지 활발한 활동을 벌이다가, 3년여 동안 독서와 영화, 재즈에 심취하며 휴식기를 가졌던 강모림이 독자들에게 추천한 책은 무라카미 류의 자전적 성장소설로 알려진 <69:sixty nine>(작가정신. 2004)이다.

<69>는 17살 아웃사이더들의 혁명 같은 학원쾌담을 다룬 작품이다. 강모림은 “내가 69년생이라서 그런지 제목부터 가슴에 와 닿았던 소설”이라며 “무라카미 류의 다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유쾌하고 익살맞으면서도 반항적인 주인공 겐의 캐릭터를 통해 아름답고 잔혹했던 청춘을 회상할 수 있어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타협을 모르는 십대시절의 밑도 끝도 없는 우월감과 영웅심리 등 인생의 환희로 빛났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게 만드는 독서의 기쁨을 맛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강모림에게 독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매개체이자 모르는 세계를 접할 수 있는 ‘통로’란다. 책은 수단이 되기보다는 깨달음이 되어야하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좀 더 잘 살 수 있는 즐거움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는 야무진 생각을 지녔다.

평소 일을 하지 않을 때 습관적으로 책을 보고, 최근에는 외출 시 e-book을 이용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다고. 덕분에 툭하면 물건을 잃어버렸던 불편함이 줄어들어 편리하다며 웃는다.

최근 어른들을 위한 카툰 에세이 <우주를 여행하는 그대에게>(돌풍. 2008)를 출간한 그녀는 이번 만화를 통해 “소중한 인연에 관한 이야기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10여년의 만화작업이 가벼운 이야기로 억지 결론을 내렸던 것을 자책하며 혹독한 슬럼프를 겪었던 강모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독자와 함께 사색할 수 있기를 바라는 그녀의 진정성까지 공감될 수 있기를 바란다.

[구윤정 기사 kido99@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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