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컬쳐] 그녀의 내숭은 아름답다…김현정 개인전 '내숭 놀이공원'
[슬로우컬쳐] 그녀의 내숭은 아름답다…김현정 개인전 '내숭 놀이공원'
  • 김동민 기자
  • 승인 2016.03.21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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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현정)

[화이트페이퍼=김동민 기자] 젊은 여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미스터리다. 화려한 메이크업과 옷차림으로 스스로를 꾸미는 데 적극적인 20대 여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여성의 외모를 보고 어림짐작으로 그가 어떤 사람일지 단정짓는다. 한 여자의 겉모습에 그의 단편적인 말과 행동을 멋대로 결부시켜 나름대로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된장녀', '김치녀' 등의 신조어가 등장하고 최근 매스미디어를 중심으로 여성을 향한 '성적 대상화'가 문제시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 내숭동산 (2016) (사진=김현정)

지난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이즈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화가 김현정의 개인전 '내숭 놀이공원'은 이러한 인식에 당당히 맞서는 전시다. 20대 끝자락에 선 김현정 작가는 일상 속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자화상 '내숭녀'를 작품 전면에 배치한다. 젊은 여성으로서 좀처럼 남에게 보여주기 어려울 법한 내밀한 욕망을 거리낌없이 드러낸다.

김현정의 작품 속 내숭녀는 속살이 훤히 비치는 한복 차림으로 보란듯이 일탈을 즐긴다. 명품백을 멘 채 쇼핑을 하고 방안에 널브러져 앉아 게걸스레 라면을 먹는다. 허영을 가득 담아 SNS에 올릴 사진을 찍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폭주족처럼 달리기도 한다. 마치 미술 교과서에서 본 조선시대 풍속화가 21세기 버전으로 재탄생한 듯하다. 현대의 삶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여겨졌던 한국화가 이렇게나 유쾌할 수도 있구나 싶다.

▲ 할부인생 (2016) (사진=김현정)

'할부인생'은 이번 전시작품 중에서도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이다. 실제 키덜트(Kidult,어린애 같은 취미를 가진 성인) 성향을 지닌 작가가 게임 '카트라이더' 속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범퍼카에 타고 있는 모습에서는 천진난만함이 느껴진다. 풍선을 한다발 매단 슈퍼카 람보르기니가 할부인생이란 작품명과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 삼포세대 미쓰김(2016) (사진=김현정)

요즘 청년들의 현실을 다룬 작품 '삼포세대 미스김'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 사원증을 메고 금빛 황소를 탄 채 멀리 앞을 보고 있는 내숭녀의 표정에서는 결연함과 슬픔이 한꺼번에 엿보인다. 이와 함께 허공에 흩날리는 영화표와 팝콘, 젖병, 목각 원앙 등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삼포세대의 현실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현정 작가의 작품 70여점이 '내숭 퍼레이드', '내숭 어드벤쳐', '내숭 아일랜드', '내숭 라이드' 등 네 섹션으로 나뉘어 선보인다. 이와 함께 전시장 곳곳에서 각종 이벤트도 진행된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층별로 구성된 네 섹션에서 티켓에 도장을 찍어주는데 이를 다 받은 관람객에게는 달력이 주어진다. 뽑기 기계를 이용해 엽서나 도록, 에세이 등 경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있다.

내숭 놀이공원 전시 기획, 운영을 맡은 김현정아트크리에이티브센터 한희진 주임은 "김현정 작가의 모토는 미술계가 좀더 원활한 시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내숭 놀이공원 전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나아가 미술 전시 전반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4월 1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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