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들의 희생 위에 빛나는 다이아몬드
가난한 자들의 희생 위에 빛나는 다이아몬드
  • 북데일리
  • 승인 2005.10.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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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힐튼가의 백만장자 상속녀이자 할리우드 뉴스메이커 패리스 힐튼(24)이 이달 초 파혼한 그리스 선박회사 상속인 패리스 랫시스(27)에게 받은 시가 52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약혼 반지를 경매에 내놨다. 17일 영국의 연예포털사이트 `피메일 퍼스트`가 ‘데일리 스타’지의 보도를 인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패리스 힐튼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24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내놨고 이날 경매에서는 구입가의 절반에 못 미치는 가격에 낙찰됐다는 보도다.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약혼 5개월만에 파경을 맞이한 세기의 억만장자 커플에게 ‘버려진’진 대신 ‘카트리나’ 피해자들에게 그 ‘사랑’을 전달해 줄지는 의문이다.

세계 모든 커플들에게 사랑의 징표가 된 다이아몬드의 역사는 눈에 보이는 영롱함과 투명함 만큼 아름답거나 순결하지 않다.

<다이아몬드 잔혹사>(작가정신. 2004)은 다이아몬드가 상품화된 비화와 채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잔인한 학대의 역사를 낱낱이 파헤친 보고서다.

저자 그레그 캠밸은 프리랜스 저널리스트로 책의 집필을 위해 유엔의 허가를 받고 직접 시에라리온 내전 현장을 방문, 생생한 취재와 다양한 관련 사건들을 토대로 다이아몬드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준다.

다이아몬드는 16세기부터 일부 지역에서 힘과 용기의 부적으로 간주돼 왔다. 심지어 다이아몬드에 반사되는 색깔에 따라 범죄자와 간통자의 유무죄를 가려낼 수 있다고도 믿었다. 다이아몬드 기원에 관한 터무니없는 이론으로 14세기 연금술사들은 수컷 다이아몬드와 암컷 다이아몬드가 ‘어린 새끼를 낳고 그 새끼들이 일년내내 자란다’는 말도 전해졌다.

다이아몬드가 인류의 탐욕과 결탁, 잔인한 행적의 중심에 서게된 데에는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기업 ‘드비어스’의 독점계략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제국을 이루려한 드비어스는 원산지의 모든 광산을 오랜시간 매각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다이아몬드의 외부 유출을 막는다.

만약 그들의 다이아몬드가 런던 창고에 보관되지 않고 공개적인 시장에서 판매됐다면 그 값이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보다 더 싸졌을 것이다. 드비어스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낳은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라는 광고문구는 다이아몬드의 자본주의적 가치를 더욱 높였다.

원석 그대로의 다이아몬드는 보석으로 가치가 없다.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어떻게 커팅 되었나’에 의해 결정된다. 세공자가 원석을 자르고 연마하는 데 필요한 기술, 수고, 스트레스를 포함한 노동비용은 다이아몬드의 처음 가격보다 최고 열 배나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팔리게 된다. 때로는 원산지의 판매가격보다 무려 100배나 되는 값이 붙는 경우도 있다.

다이아몬드 가치를 계속 유지하고 시장에 과다 공급을 막기위해 1세기 동안 가격통제 방침을 유지하던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를 파는 사람들에게서 무조건 물건을 사들였어야 했다. 그것은 결국 돈이 된다는 이유로 주민을 학살하고 광산을 점령하기 위해 살육을 저지르던 아프리카의 수십개 정치세력과 결탁을 의미한다.

이중 특히 심각한 사태는 세계 최빈국의 하나인 시에라리온에서 벌어졌다. 1787년 영국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만든 국가로, 1961년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뒤 쿠데타가 잇따랐던 시에라리온은 정부 관료와 정치인의 부정축재가 심각했다. 군사쿠데타를 겪으면서 등장한 반군세력은 91년 혁명연합전선(RUF)을 결성하고 다이아몬드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

혁명연합전선(RUF)은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 민간인 지역에 폭력으로 침입, 주민들의 사지를 절단하고 무조건 복종을 요구한다. 팔, 다리가 잘려나가고 반항하면 살해하는 잔혹한 만행으로 시에라리온은 인구의 삼분의 일 이상이 난민이 됐고, 부상자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폐해는 비단 시에라리온 내전으로 그치지 않는다. 책의 의하면 다이아몬드는 값이 안정돼 있고 운반이 용이해 범죄조직의 무기, 마약 대금으로 인기가 높다는 것. 아프리카 반군들을 비롯해 남아메리카와 소련 KGB도 각종 대금 지불 방법으로 다이아몬드를 사용했다고 한다.

“당신이 그녀를 천 년 동안 사랑할 것임을 그녀에게 보여주세요”

패리스 힐튼의 사랑을 3개월 밖에 지켜주지 못한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는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위에 여전히 빛나고 있다. (사진 = 시에라리온 자원보유 현황) [북데일리 송보경 기자]ccio@pimedi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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