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출판계에 부는 윤동주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그의 71주기를 맞아 개봉한 저예산 영화 ‘동주’가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며 출판계도 윤동주 관련 시집과 비평서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그중 <처럼>(문학동네.2016)은 윤동주의 시를 중심으로 그의 사상과 삶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서술한 책이다.
책은 알려진 작품 외에 ‘조개껍질’ ‘병아리’ ‘개’ ‘만돌이’ 등 교과서에서 만날 수 없던 동시를 소개하며 ‘진짜’ 윤동주에게 다가가는 길을 열어준다. 무엇보다 시인 윤동주의 섬세한 시의 세계를 느낄 수 있는 해설은 여는 글부터 시작된다.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윤동주의 ‘십자가’란 시의 일부다. 저자는 ‘처럼’이라는 조사만으로 이루어진 한 행의 시에 주목한다. '처럼'은 타인의 괴로움을 외면하지 않고 그 고통을 나누는 순간이다. 윤동주는 그 길을 행복한 주체가 되는 길로 택했다는 말이다.
저자가 바라본 윤동주의 섬세한 면면은 책 곳곳에 묻어난다. 책에 따르면 시 ‘투르게네프의 언덕’에서는 적선이 가난한 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동정일까 망설이는 모습이 투영됐다. 또한 불신앙에 기초한 풍자시라 알려진 시 ‘팔복’에 등장하는 ‘슬퍼하는 자’는 윤동주가 위로하고자 하는 대상이라고 재해석한다.
이처럼 정설로 굳어진 해석들을 다시 바라보고 정성껏 뜯어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특히 평이한 문체와 친절한 설명은 평전이 가진 묵직함을 덜어준다. 28년 불꽃같은 인생에 110여 편을 남긴 윤동주의 삶과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