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책을 훔친 프랑스 작가 '장 주네', 원인은 애정결핍?
[책속에 이런일이] 책을 훔친 프랑스 작가 '장 주네', 원인은 애정결핍?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3.11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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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나를 아프게 할 때> 오카다 다카시 지음 | 김혜영 옮김 | 에스파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절도는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병적 도벽으로 물질이 부족하지 않은데도 절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부유한 가정의 여성이나 할리우드 여배우가 값싼 물건을 훔치다 붙잡혔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는 데서 알 수 있다. 이때 그 원인은 애정결핍이나 애착장애인 경우가 많다.

신간 <일이 나를 아프게 할 때>(에스파스. 2016)에 병적 도벽을 일삼았던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프랑스 작가 장 주네(Jean Genet)다. <도둑일기>와 <꽃의 노트르담> 등의 걸작을 썼다. 작품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는 병적인 도벽이 있었다.

책에 따르면 그는 13번을 기소당하고 소년원과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사회에 나오면 절도를 반복했다. 그가 옥중에서 쓰기 시작한 시와 소설이 장 콕토의 극찬을 받았다. 그와 함께 장 주네는 천재 소리를 들으며 일약 인기 스타가 된다. 하지만 이후에도 도벽은 멈추지 않아 콕토도 곤란한 처지에 놓일 정도였다.

그의 도벽은 심각한 애착장애와 관련이 있었다. 그는 생후 7개월에 친부모에게 버려져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양부모는 그를 친자식처럼 아꼈다. 하지만 아들 조르주는 주네를 적대시했다. 그의 도벽이 시작된 것은 조르주가 전쟁터에서 돌아온 뒤부터였다.

“독점했던 사랑을 빼앗겼다고 느낀 것이리라.

주네는 책을 좋아하는 총명한 아이로, 초등학교 때에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차츰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그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양어머니가 숨을 거두고 1년 후, 집을 뛰쳐나온 주네는 방황과 범죄에 빠져든다.

그의 도벽이 생계를 위한다기보다 일종의 기벽이었던 것은 그가 책만 훔쳤다는 사실에서도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주네는 “걸작만 훔쳤다‘고 호언했다. 살림살이가 나아진 뒤에도 그는 마치 인사를 대신하듯 친구나 도움을 준 사람의 책을 훔쳤다. 그것이 그만의 응석부리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210쪽)

이와 함께 책은 도스토옙스키가 도박벽이 있었고, 화가 위트릴로는 알코올 의존증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워드 휴즈는 평생 세균 공포증에 시달렸다는 사례를 전해준다.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유용한 이야기들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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