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사막에서 벌레잡는 여자, 대체 왜
[책속에 이런일이] 사막에서 벌레잡는 여자, 대체 왜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3.09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미친 그리움> 림태주 지음 | 예담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그리움, 가슴 저릿한 말이다. 시인 림태주는 “그리움과 그림과 글이 같은 어미의 자녀들”이라며, “종이나 동판에 긁어 새기는 것은 글과 그림이 되었고, 심장이나 마음으로 새기는 것은 그리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예담. 2014)에 ‘그리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글이 있다. 가슴 뭉클해지는 이야기다. 다음은 책속 내용이다.

쌰뉴뉴라는 벌레가 있다. 중국 내몽고 말이라서 네이버에도 나오지 않는다. 이 벌레는 사막의 모래밭에 조그만 구멍을 뚫고 들어가 숨어서 산다. 이 작은 쌰뉴뉴를 잡으러 다니는 여인이 있다.

그녀는 왜 이 벌레를 잡으려는 걸까? 별걸 다 먹는 중국인의 기호 식품인가? 아니다. 이 벌레가 나뭇잎의 수분을 빨아먹기 때문이다. 다시 의문이 든다. 그 작은 곤충이 살기 위해 나뭇잎 좀 빨아먹는 걸 가지고 매정하게 잡아 죽인다니... 여인의 사연을 들어보면 말이 되고도 남는다. 측은하고 미안하지만 쌰뉴뉴를 그대로 놔둘 수 없다.

쌰뉴뉴를 잡는 여인의 이름은 인위쩐이다. 그녀는 내몽고의 마오오쑤 사막에서 산다. 그녀는 모래바람과 모래벌판뿐인 이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토굴을 짓고 살아가는 남자에게 얼굴도 모른 채 시집을 간다. 그녀는 말을 잃는다.

40일이 지나도록 사막을 지나가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볼 수 없다. 어느 날 한 사람이 걸어온다. 그녀는 미친듯이 달려가 보지만 길손은 발자국만 남긴 채 사막 저편으로 사라져버린다. 여자는 세숫대야를 들고 나와 그 사람의 발자국을 덮는다. 모래바람이 사람의 흔적을 지워 버릴까봐. 그 발자국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품어 안고 싶어서.

그러나 그녀는 울고만 있지 않았다. 그녀는 사막을 다스리기로 결심을 한다. 당나귀를 끌고 19킬로미터를 걸어가 나무 묘목을 사다 사막에 심기 시작한다. 모래땅을 아무리 깊이 파고 나무를 심어도 물기가 전혀 없다. 2, 3일에 한 번씩 물지게를 지고 가서 흠뻑 물을 부어줘야 나무가 말라죽지 않는다. 그렇게 일 년을 반복해야 나무가 겨우 뿌리를 내린다.

쌰뉴뉴는 이 여인이 고통을 모른 채 묘목의 잎에 달라붙어 수분을 빨아먹어 대는 것이다. 잎이 말라 떨어지고 가지는 마르고 어린 나무는 이내 죽는다. 여인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 일생 사막의 뙤약볕을 견디며 이 작은 벌레를 잡으러 다닌다.

인위쩐이 이렇게 25년 동안 해낸 일은 가히 기적이라 할 만하다. 마오오쑤 사막의 10분의 1, 자그마치 1400만 평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그녀가 사막에 심은 나무는 80만 그루라고 한다.

사막에 숲이 생기자 사람들이 왔고 함께 나무를 심었다. 이 모든 일은 그리움이 시켜서 한 일이다. 그리움이라는 힘이 저 광활한 사막을 다스린 것이다. (34~36쪽, 일부 수정)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