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우리 엄마는 치매...“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추천 이 책] 우리 엄마는 치매...“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3.07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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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지음 | 김현우 옮김 | 반비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멀고도 가까운>(반비.2016)은 지난해 국내에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가 출간되면서 이목을 끌었던 리베카 솔닛의 신간이다.

책은 부제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가 알려주듯 한두 마디로 내용을 말하기 어렵지만, 거칠게 요약하자면 ‘화해’의 방법을 전한다고 할 수 있다. 평생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어머니와 저자의 이야기다.

어느날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자 탈출하고 싶은 목표였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에 걸린다.. 어머니는 딸을 시기하고 질투했다. 당신이 갖고 싶었던 금발을 가진 딸에게 곧 갈색으로 바뀔지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치매증상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토록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딸만 찾았다. 아들들에겐 자신의 문제는 감추고 딸에게는 말했다. 저자는 어머니를 이렇게 회상한다.

“아들들은 어머니의 가장 좋은 모습만 상영하는 극장의 관객이었고, 나는 늘 무대 뒤에, 상황이 훨씬 더 지저분한 곳에 머물렀다.”(17쪽)

벗어나고 싶었던 어머니가 집 앞에서 길을 잃고 본인의 집 안에서 갇히고, 평생 살았던 동네를 헤맨다.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속을 뒤집어 놓았던 여자’가 어린아이가 된 채 자신에게로 왔다. 그녀를 돌보며 깨닫는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한 어린 시절 어머니도 자신을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말하는 법을 가르쳤음을 모든 순간 오로지 그녀를 위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말이다.

책이 단순히 신변잡기의 산문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눈의 여왕, 프랑켄슈타인, 체 게바라, 아이슬란드의 늑대 이야기 등 동화와 신화, 철학과 여행처럼 다양한 이야기를 거쳐 풀어내서다. 저자에게 어머니와 자신이 이야기가 있듯, 저마다 삶의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들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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