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공기 속에서 헤엄치는 느낌 `워터보이`
푸른 공기 속에서 헤엄치는 느낌 `워터보이`
  • 북데일리
  • 승인 2005.10.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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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지금 너무 건조해서 기절했어요” 바싹 말라 축 늘어진 작은 생명체. 토끼같은 얼굴의 자그마한 친구는 물을 적셔주자 뽀송뽀송 살아난다.

<워터보이>(2004. 아트북스)는 독특한 느낌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몽환적 혹은 환상적인 그림으로 가득찬 <워터보이>가 전하는 시각적 이미지는 종이 감촉도 남다르게 느껴질 만큼 내용과 그림의 조화가 색달라 ‘신선’ 하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권`에도 선정된 이 책은 속이 비치는 피부를 갖고 있는, 물에 반 쯤 잠긴 습기 찬 방에 사는 ‘워터보이’가 ‘워터월드’로 떠나는 여행을 말그대로 `그렸다`.

하늘빛 물로 채색된 그림이 첫장부터 끝장까지 소복이 담겨있다. 물천지 방을 밝히는 워터보이 램프 만이 ‘항상 고개숙여 참회’하고 있다. 워터보이는 램프의 이런 ‘고뇌’가 가끔 안쓰럽다. 서랍 속 음지식물은 너무 많이 자랐고, 어둠이 내릴 때만 물빛 방은 회색이 된다.

방으로 놀러온 물고기 한 마리에게 잊지못할 기발한 선물을 주고 싶었던 워터보이는 물과 함께 물고기를 삼킨다. 몸 구석구석 여행을 시작하는 작은 물고기. 워터보이의 내면을 구경한 물고기는 미련없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 넓은 물 세계로 사라져간다. 그리고 그것은 곧 ‘물고기의 기억’으로 자리한다.

나뭇잎을 타고 온 작은 의자. 그 위에는 작은 소녀가 살고 있다. 소녀가 내민 손을 잡은 워터보이는 곧 넓디 넓은 사막 안에 들어간다. 소녀를 만나게 해 준 작은 의자는 보이는 것만큼 작은 세계가 아니었다.

“한낮의 열기를 이겨내며 소녀가 살고 있어요. 워터보이의 물 곁에서. 그리고 소녀의 사막 곁에서 워터 보이가 살고 있어요. 영원한 반복 속에서 서로 다른 순간을 맞겠지요“

작가 아이완은 온라인 상에서 먼저 알려진 작가. 자신의 홈페이지(www.iwanroom.com)에 작품을 올려 입소문을 탔던 작가는 2003년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에 초청되고 각종 전시회에 초대되며 오프라인에도 이름을 알렸다. `나는 원한다`의 영어 `I want`의 글자를 조합하면서 t를 뺀 필명. 그리고 ‘건조해져 가는 세계, 나는 그런 세상에서 열심히 뛰며 살아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북데일리 송보경 기자]ccio@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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