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와인, 사진' 전문가 손현주의 파리 기행 '감성이 풀풀'
'음식, 와인, 사진' 전문가 손현주의 파리 기행 '감성이 풀풀'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22 2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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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파리를 맛있게 했다> 손현주 지음 | 손현주 사진 | 앨리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파리의 음식과 와인, 문화를 다룬 책은 이미 차고도 넘칠 만큼 많다. 최근 눈에 띄는 책은 신간 <사랑이 파리를 맛있게 했다>(앨리스. 2016)이다. 일회성 여행기가 아닌 2년간 파리를 드나들며 기록한 에세이다.

음식으로 친다면 파리는 매우 풍부한 식재료다. 누가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관건일 터. 이 책은 음식과 와인, 사진 분야에 내공이 깊은 작가가 저자라는 점이 특별함을 준다. 바로 관련 분야의 칼럼니스트이자 사진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손현주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의 작가는 이번 책을 “파리 오마주”이자 “파리 감성 상자”라고 말한다. 수많은 예술가가 사랑했던 파리에 대한 영혼의 헌사이다.

“여행지에서 맞는 새벽은 특별하다. 내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빛이 느리게 시작되는 시점, 텅 빈 골목에 서면 마치 영화 속의 외계로 통하는 어느 기점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금 그어놓고 보존하는 문화재처럼 당최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건물들.

그 빼곡하고 공허한 아침에 적응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건물 사이에서 노인이 불쑥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마치 시간을 되돌려 과거 어느 곳에 서 있는 착각마저 들었다. (중략) 그도 나도 한 끼를 먹기 위해 같이 줄을 서면 모종의 인간적인 동질감도 느낀다.” (31쪽)

파리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와인을 공부하기 시작한 15년 전부터 시작됐다. 책은 파리의 뒷골목에서 만난 작은 식당부터 벼룩시장, 헌책방, 레즈비언 전문 서점, 퐁피두광장, 할머니들의 남다른 패션, 센강 주변의 풍경 등 파리의 구석구석을 보여준다. 그 풍경에는 파리만의 자유와 낭만이 담겨있다.

“이렇게 무심히 걸으면서 난 많은 자유를 얻었다.〔중략〕 누구도 의식하지 말자. 파리에서 나는 혼자이며,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 여름에 겨울 코트를 입고 다닌들, 다 벗고 다닌들 그들은 무관심하다. 그러니 파리에서는 자유로워지자, 걷고 즐기면 그만이다.” (239쪽)

파리에 대한 예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파리는 맛에 관해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음식에서도 이제는 ‘이것이 파리의 음식이다’라고 할 만한 게 없어 보인다. 미슐랭 가이드 스타 레스토랑들의 허와 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을 지켜온 파란 열차집, ‘르트항블뢰’는 인테리어부터 감탄을 자아낸다. 그곳의 음식은 “프랑스의 오랜 전통을 묵지근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의 퍼포먼스’”였고, “촉촉하고 씹기가 좋았던 소고기와 (...) 부드러운 크림 속에 박혀 있던 신선한 라즈베리의 촉감이 아직도 선연하다.”

저자만의 독특한 감성이 느껴지는 글과 그녀가 직접 찍었다는 사진들을 보는 맛이 각별하다. 그녀는 이미 개인전을 여러 차례 연 바 있는 프로 사진작가다. 감각적으로 담아 낸 이국의 멋진 사진들을 보노라면 당장 그곳에 가고 싶어 마음과 몸이 들썩이기도 한다.

한편 안면도에 정체성을 두고 섬을 찍고 있는 그는 현재 사진전도 진행 중이다. '파리라는 섬'을 현대인의 고독과 익명성에 행간을 두고 '파리스랜드'라는 주제를 끌어냈다. 100여점의 낯선 파리를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전은 3월 14일까지 연남동 낙랑갤러리에서 열린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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